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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게이(일베 유저)입니다…일방적 폐쇄 결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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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1 13:20:00 수정 : 2018-04-11 16: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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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어느 일베 유저의 고백①] 8년째 이용, 문재인 청와대 방침 비판
“안녕하세요. 저는 ‘일게이’입니다.”

자신을 ‘일게이’(‘일베+게시판 이용자’의 합성어)라고 소개한 8년차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이용자 강모(33)씨를 10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대학 시절인 2011년부터 일베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는 강씨는 현재 중소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다.

8년 이상 일베를 이용 중인 강씨로부터 청와대조차 실태조사를 거쳐 폐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일베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쟁점을 들어봤다.

◆“대학 때 호기심으로 시작...새벽 등 애용해 고렙”

강씨는 대학 시절 친구가 일베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처음 재미삼아 시작해 지금은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보다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일할 때 중간중간 들어가고 잠이 안오는 새벽에 일베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웃었다.

강씨는 일베를 ‘순수한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바라봤다. 그는 “일베는 다양한 사람들이 속해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각종 유머글을 올리고 합성사진 등을 올리는 사이트”라고 소개했다.

강씨는 일베 내에서는 높은 레벨의 유저로 분류된다. 그는 “내가 고렙(높은 레벨)에 들어가게 된 것도 과거 레벨 상향 기준이 올라가기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각종 웃긴 글 등을 올린 결과”라고 말했다.

일베는 독특한 운영방식을 갖고 있다. 이용자들은 각 게시판에 인기있는 글을 읽은 뒤 선호하는 글이면 ‘일베’를, 선호하지 않는 글이면 ‘민주화’라는 배너를 클릭할 수 있는데 특정 수치 만큼 일베를 누르게 되면 이 글은 인기글이 돼 주요 게시판인 일간베스트저장소로 가게 된다. 또 이렇게 인기글이 되는 수치가 늘어나면 글의 작성자도 레벨이 올라가게 된다.

극우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5분 가량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이를 일베 사이트 등에 올린 인증샷. 출처=일베 사이트 캡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싫은 게 아닌 풍자 대상”

강씨는 그러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 합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싫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풍자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노 전 대통령 당시 정책이나 비자금 논란 등에 대한 조롱이었다면 지금은 일종의 풍자의 대상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악의’는 없다는 거다.

그는 지금까지 일베와 관련한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전체 유저들의 문제로 바라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베도 수많은 이용자들이 있는 사이트다. 그 안에서 특정인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 전체 유저들의 문제로 비화할 순 없다”며 “나름의 문화이고 개인 표현의 자유로 봐야지 이를 일베라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전체 이용자의 문제라고 이야기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일베는 그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세월호 관련 루머 및 광화문 폭식집회, 지역감정 조장 등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전라도 사람을 생선 ‘홍어’에 빗대어 표현하거나 기독교인에 대해 ‘개독교’라고 지칭하고, 위안부 할머니를 ‘원조 원정녀’라고 표현해 숱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불법 아닌데 시각 다르다고 폐쇄 운운 안돼”

강씨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베 폐쇄 검토와 관련해서도 얘기를 쏟아냈다. 그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유해매체 지정 등 현재 일베가 성인사이트나 불법도박 사이트도 아닌데 단순히 정부의 시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쇄를 운운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일베 유저들이 일베 사이트 안에서 공유하는 전라도 비하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합성 등 풍자, 기독교에 대한 문제의식, 보수적인 정치적 색깔도 일베 유저들 개개인의 생각과 표현이 반영된 결과”라며 “정말 문제가 있는 글들은 운영자의 삭제나 개별 유저에 대한 법적조치가 있으면 되지 이를 전체 사이트 폐쇄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정부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물론 강씨도 일베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베도 최근 각종 광고 등이 많아지며 접속 속도가 느려지고 조금만 문제되는 경우에도 운영자에 의한 게시글 삭제가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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