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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삼성증권 사태’ 재발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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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0 23:30:13 수정 : 2018-04-11 1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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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행 ‘유령주식’ 매도 일파만파 / 관리·전산시스템 전반 재정비 시급 백주 대낮에 금융중심지 여의도에서 제 것도 아닌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나 다를 바 없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 내다 판 것은 한강물이 아니라 발행되지 않은 ‘유령’ 주식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초대형 투자은행의 하나로 ‘관리의 삼성’이라는 영예를 안았던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에서 일어났으니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다.

사건은 직원에게 줄 배당금을 1주당 1000원으로 입력할 것을 1000주로 입력하면서 시작됐다. 증권 매매 시 주문정보를 실수로 입력하는 ‘팻 핑거’(Fat Finger)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과거에도 직원이 수시로 주문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실수로 잘못 입력해 손실을 보거나 심하면 파산한 회사도 있었다. 전산입력의 오류는 인터넷 계좌이체에서 이체한도를 설정하고 입금계좌 정보를 확인하는 것과 같이 프로그램 설정으로 제어할 수 있다. 정관에서 정한 발행가능 주식 수의 23배에 달하는 28억1000만주가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입력된 점은 분명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전산시스템으로 제어하지 않더라도 배당과 같이 증권 매매에 비해 시급성이 낮은 업무는 관리팀장이나 임원, 최종결정권자의 확인 및 승인 절차를 거치면서 오류를 잡아낼 수 있다. 발행 주식 수의 31배에 해당하는 주식이 배당으로 지급됐음에도 그 다음날에야 입력오류를 발견했으며, 그나마 즉각 주문을 차단하지 못하고 37분이나 끌었다는 사실은 인적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일부 직원은 회사의 세 차례 매도금지 공지에도 불구하고 501만주나 시장에 내다 파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나 급락하며 영문도 모르고 주식을 팔아 손해 본 피해자가 속출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일반 주식과 달리 예탁결제원에 예탁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의 허술함이 있어 외부기관이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다른 증권사라고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발행하지 않은 주식의 유통은 주식을 먼저 팔고 나중에 빌려 상환하는 ‘무차입공매도’도 가능하다는 의혹을 키워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신뢰를 추락시킨다. ‘무차입공매도’는 무차별 공매도로 우량기업의 주가도 폭락시킬 수 있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증권회사는 물론 한국거래소나 부랴부랴 특별점검에 나선 금융감독원까지 총체적인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연강흠 연세대 미래교육원장 경영학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실수로 발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완벽한 장치를 갖추고, 발사를 위한 단계별 절차를 통해 만약의 실수를 차단하며, 실수로 발사된 경우에도 이를 피폭국가에 신속히 통보해 전면전이라는 참사는 막아야 한다. 이번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거래사건은 이 모든 단계가 허술해 비극을 연출한 셈이다. 시스템 붕괴와 신뢰 추락은 조직과 시장 전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핵폭탄만큼이나 치명적인 사건이라 철벽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발생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 무엇인가를 사전에 검토해 목록을 작성해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사고가 나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상시 실전훈련을 통해 사업조직에 내재화되도록 해야 한다.

어이없는 ‘유령 주식 배당’ 사건으로 증권업계의 신뢰와 국내 대표 브랜드 삼성의 이미지는 타격이 크다. 항간에는 삼성그룹의 오너 공백과 미래전략실 해체로 인한 컨트롤 타워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성증권은 독립법인으로서 자율경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관리조직과 전산시스템을 재정비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초비상사태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업 종사자에게는 높은 강도의 직업의식과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 금융인으로서 자본시장 발전과 투자자 보호라는 가치를 정립하도록 하고, 가치를 지키기 위한 기준을 설정해 그 기준이 관행이 돼 업계에 깊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자본시장을 위태롭게 하는 난관을 극복하고 거듭나서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의 ‘희망의 불꽃’이 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연강흠 연세대 미래교육원장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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