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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첫 걸음 편견 깬 英 로빈 일대기

입력 : 2018-04-05 21:06:04 수정 : 2018-04-05 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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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봉 앤디 서키스 감독의 데뷔작 ‘달링’
1950년대 영국, 영화는 남녀가 첫눈에 반해 결혼하며 시작한다.

차 중개상인 로빈(앤드류 가필드)은 아프리카 곳곳을 누볐고, 호기심 많은 다이애나(클레어 포이)는 늘 로빈과 함께였다. 아기가 생긴 것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로빈은 쓰러진다. 폴리오(소아마비) 바이러스였다. 목 밑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 로빈은 스스로 숨쉴 수도 없어 인공호흡기를 목에 달아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느니 병실을 나가보고 죽겠다는 로빈. 인공호흡기를 꽂을 전선만 있으면 집에서도 자신이 로빈을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한 다이애나는 병원의 반대에도 퇴원한다.

로빈은 집에서 웃음을 되찾는다. 옥스퍼드대 교수 테디 홀은 친구인 로빈의 편의를 위해 머리만 움직여 벨을 울릴 수 있는 기구, 인공호흡기를 싣고 집밖으로 나갈 수 있는 휠체어 등을 발명해 낸다. 이동이 자유로워진 로빈은 점점 더 많은 것을 꿈꾸게 된다.

해외여행을 하고 다른 소아마비 환자들을 위해 직접 기부를 받아 인공호흡기 휠체어를 대량생산한다. 중증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연설에 나서는 등 쉼 없이 활동하며 다른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준다. “2주 안에 죽을 것”이라던 담당의사의 말과 달리 로빈은 퇴원한 지 32년 만인 64세에 숨을 거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달링’(사진)은 봄에 보기 좋은 멜로 영화로 홍보됐다. 하지만 멜로는 거들 뿐, 이 영화는 중증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위대한 한걸음을 뗀 로빈 캐번디시의 일생을 그린다.

로빈은 실제 영국 소아마비 환자 중 가장 오래 생존한 기록을 갖고 있다. “중증장애인이 병원 밖을 돌아다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던 시대, 로빈은 편견을 깼다.

로빈이 그저 숨만 쉬며 생존하는 데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건 다이애나의 사랑과 희생이 만든 기적이었다. 죽고 싶다는 남편을 포기하지 않고 평생 그의 손발이 됐다. 로빈은 1974년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부부가 함께 환자 혁신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영화를 본 다이애나는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추억을 생생하게 깨어나게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83세인 그는 재혼하지 않고 영국 옥스퍼드셔 자택에 계속 살고 있다.

‘달링’에는 부모의 긍정적인 성격과 도전을 배우며 자란 아들 조나단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의 제작자인 조나단 캐번디시가 바로 그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골든 에이지’와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제작을 맡았던 조나단은 “부모님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영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며 “많은 대사와 에피소드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달링’은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 등 모션캡처 배우로 유명한 앤디 서키스의 감독 데뷔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원제는 ‘Breathe’, 숨이다. 12일 개봉.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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