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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사회로 가는 길] 정권 따라 냉·온탕… 내 집 마련 ‘머나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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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4 05:59:00 수정 : 2018-04-03 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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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흔들리는 ‘주거 사다리’ / 지난 5년간 서울 집값 ‘널뛰기’ 극심 / “더 오르나” “꺾이나” 고점 여부 분분 / 변동폭도 커… 무주택자들 구입 고민 / 국토부 “부동산·경기부양 연계 않고 / 일관성 있게 주거 안정에 올인” 천명 / 안팎선 “실효성 의문" 불신의 눈초리
“집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모르겠어요.”

A(35)씨는 오는 6월 말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최근 주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2년쯤 전 결혼을 하면서 집을 구할 때만 해도 고민 없이 전세를 택했다. 직장 문제로 서울 시내에 집을 얻길 원했는데 당시 어지간한 소형 평수 아파트가 모두 4억원 전후라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나름 주위 조언을 구했을 때 “집값이 고점을 찍어 하락 가능성이 있으니 아파트 청약을 넣으면서 좀 기다려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서울 주택시장은 A씨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고점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 집값은 더 높은 곳을 향해 갔다. A씨가 전세로 들어간 전용면적 49㎡ 아파트는 2년 만에 시세 기준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그 사이 A씨는 아파트 청약에도 몇 번 도전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A씨는 ‘애초에 무리해서라도 집을 샀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를 했고,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꼭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

막상 때가 다가오자, A씨는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정부 부동산정책 영향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가격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씨는 “누구는 전셋값이 빠지고 있으니 한 번 더 전세로 집을 구하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어차피 서울 집값이 크게 내릴 일은 없을 거라며 길게 보면 지금이라도 사는 게 좋다고 말해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A씨만의 것이 아니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를 가까스로 오르고 있는 무주택자들에게 최근 빠르게 전환하는 주택시장 상황은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간 치솟던 집값이 안정세를 되찾은 건 분명 반가운 소식이나 현 시장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서울의 경우 하락 전환도 가능한 건지 등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택은 일반 재화와 달리 필수재인 데다 높은 가격으로 개인 자산 내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적정 가격뿐 아니라 그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그간 줄곧 요동쳤다. 3일 한국감정원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 집값 변동률이 가장 낮았던 건 2013년 7월(-0.43%)있었다. 이후 그해 말까지 상승세와 하락세를 왔다 갔다 했고 2014년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변동률은 2015년 들어 0.51%(2015년 4월)까지 올라갔다. 2016년 다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 지난해 6월 다시 상승폭이 0.66%까지 올랐다. 이후 8·2 부동산대책 발표로 잠시 주춤했다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한 이상 열기로 올해 2월 다시 0.94%까지 올랐다. 3월 들어선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발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부과 시행 등 요인으로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전세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 들어 안정적 흐름을 보이지만 그 전만 해도 1.04%(2013년 10월)까지 치솟았다가 2015년 들어선 다시 그해 4월 0.80%, 11월 0.75%까지 오른 바 있다. 최근 들어선 수도권 물량 증가로 주춤하다 올해 3월 들어 마이너스 변동률로 반전했다. 해당 통계가 아파트 외 다른 주택 유형도 포함한 자료란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아파트 시장은 이보다 더 변동폭이 클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이런 불안정성은 시장경제의 자연스런 현상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관성이 떨어지는 정부 정책에 의해 그 특성이 강화된 게 현실이다. 최근 주택정책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는 내용의 개선권고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여기서 “정권에 따라 규제 완화와 강화 대책을 번갈아가면서 수립돼 ‘소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므로 시장상황 변화에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주택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앞으로 서민 주거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주택정책을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 안팎에서 이번 발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가 많다. 당장 최근 국토부가 8·2 부동산대책, 주거복지 로드맵,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연달아 내놓고 있는 부동산정책이 정치적 목적에 기인한 거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알맹이’ 없는 반성만으로는 정권과 무관하게 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20∼30% 정도 높은 편이라 부동산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사정 때문에 주거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경기부양 수단으로 주택을 치부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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