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대가 심할 줄 몰랐어요. 댓글 보면서 많이 속상했어요.” 대표자 회의에 참석했던 A씨는 무슬림 기도실 설치 요청이 언론에 보도된 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접한 반대 반응 때문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포털 기사에는 ‘기도는 집에 가서나 맘껏 하쇼’라는 비아냥부터 ‘우린 무슬림들이 남의 나라 시청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거 바라지 않습니다’라는 비난까지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운영과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 부서에는 한 달 동안 수백 통의 전화가 쏟아졌다. 담당 직원 B씨는 “무슬림 기도실 설치를 반대하는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며 “민원인들이 카카오톡으로 부서 전화번호를 공유해 집단으로 항의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 지역 할랄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한 한정식당. 안승진 기자. |
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86만5910명이다. 2016년 98만5858명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평창동계올림픽과 한류에 힘입어 올해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주요 관광지에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기도실 설치하기 위해 ‘한류관광객 편의개선 사업 세부추진계획’을 마련했다. 2억원의예산을 들여 무슬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명동과 동대문, 이태원 등의 관광정보센터와 민간시설 등에 무슬림 기도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이 공개된 뒤 ‘특정 종교를 옹호한다’는 일부 개신교 단체의 반발이 이어지면서시는 기도실 설치를 잠정 중단했다. 한 시민은 ‘국민신문고 예산낭비신고센터’에 기도실 설치 사업이 예산 낭비라고 신고 접수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슬림 관광객이 증가에 따라 편의 차원에서 사업을 검토한 것" 이라며 “모두를 위한 기도실로 공간을 재단장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반발이 가라앉지 않아 추진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2월초 강원도 강릉에 설치하려다 항의 전화로 무산된 `이동식 기도실`. 출처=한국관광공사 |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공공이 나서서 무슬림 관광객 편의시설을 만들려고 할 때마다 반발이 심해 민간의 자발적인 설치 확대를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슬림 기도실은 호텔과 관광지, 병원 등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에 151개의 무슬림 기도실이 운영 중이며 이 중 41.1%인 62곳이 호텔에 설치됐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과)는 “특정 종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종교도 한국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법과 원칙을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게 하면 된다. 기독교인 일부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달라 이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해도 교회 안에서만 해야지 교회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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