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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화 외치는 韓, 대북 초강경 목소리 키우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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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3 23:08:20 수정 : 2018-03-23 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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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선제타격’ 존 볼턴 발탁 / 주한미군가족 해외 대피 훈련도 / 한·미 간 북핵 조율 더 치밀해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북 초강경파 인사가 발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후임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북한과의 전쟁을 미국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잘리고 북한과의 전쟁을 제1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 온 인물이 트럼프 곁에 있게 됐다”고 평했다. 지난주 대북 온건파인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핵심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으로 지명한 데 이어 또 한 번 외교안보라인을 초강경파로 교체한 것이다. 볼턴, 폼페이오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 대북 초강경파 3인방이 트럼프 행정부 제2기 외교안보팀의 주축을 이루면서 미국 대북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일방적인 핵 포기를 압박하는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주도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물이다. 북한 정권을 ‘악’으로 간주할 정도로 자기 확신이 강한 근본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대북 군사행동도 불사하는 초강경론을 설파했다. 볼턴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대북 선제공격에 대해 “완벽하게 합법적”이라고 옹호했고, 지난 주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제적인 군사행동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네오콘이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으로 내세운 ‘예방적 성격의 선제공격’ 논리가 향후 북핵 대응에서 재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외교 노력이 실패하면 군사옵션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대북정책을 긴밀히 협의한 맥매스터 보좌관이 물러나고 볼턴이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과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주한미군은 다음달 중순에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 가족을 포함한 한국 내 미국 민간인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후송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례 훈련이라지만 한·미 연합훈련 시기인 데다 처음으로 민간인을 미국으로 후송하는 등 강화된 형태로 진행된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장밋빛 전망에 취해 있는 듯하다. 미국과의 사전 협의조차 없이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아직 합의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북한은 문서화된 합의까지 휴지조각으로 만든 전과가 있다. 대북 대화를 성급히 진전시켰다간 뒷감당을 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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