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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여심 저격하는 봄햇살을 닮은 로제 샴페인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3-15 05:46:00 수정 : 2018-03-15 14: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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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 사로잡는 환상적인 컬러와 풍부한 과일향 / 샤토 무통 로칠드 가문이 빚은 명품 로제 샴페인

로칠드 로제 샴페인
‘그래 봄이었다. 그녀와의 찬란한 첫 봄의 시작. 그리고 첫 데이트. 레스토랑의 문이 열리고. 실루엣이 드러나는 옅은 핑크빛 얇은 앙고라 니트를 입은 그녀가 내게로 온다. 열린 문 틈으로 그녀를 따라오는 눈부신 봄햇살. 마주앉은 그녀는 심장 박동을 마구 자극하고. 공기는 겨울을 아직 온전히 떨치진 못했는데, 이미 그렇게 나한테 핑크 빛 봄이 먼저 왔다.’

입술을 간지럽히는 싱그러운 버블, 수많은 꽃의 향연,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를 닮은 신비롭고 투명한 장미빛깔. 이 와인은 봄햇살 같은 그녀와의 첫 데이트를 떠올리게 만드네요. 바로 로제 샴페인입니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햇살 내려쬐는 봄날 테라스에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 마시기에 로제 샴페인만큼 잘 어울리는 와인이 또 있을까요. 환상적인 컬러는 여심을 저격하고 상큼한 산도와 버블, 그리고 꽃밭에서 서 있은 것 같은 풍미는 사랑의 깊이를 재촉하죠.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와 잘어울리는 로칠드 로제 샴페인
연한 장미빛깔에서 양파 껍질 색깔까지 다양한 색을 지닌 로제 샴페인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샴페인은 주로 화이트 품종인 샤도네이와 레드 품종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를 섞어서 만듭니다. 샤도네이로만 만드는 블랑 드 블랑, 레드품종으로만 만드는 블랑 드 누아도 있습니다. 블랑 드 블랑은 산도가 높고 비교적 가벼운 스타일이고 블랑 드 누아는 훨씩 묵직한 느낌이 듭니다.

또 하나가 로제 샴페인입니다. 꽃향기 등 풍미가 뛰어난 로제 샴페인은 피노 누아가 지닌 다양한 아로마를 잘 살리면서도 핑크빛을 얼마나 아름답게 뽑아내느냐가 관건입니다. 따라서 포도즙을 짜내는 압착과 발효전 포도를 껍질째 담가 색을 우려내는 과정인 침용(스킨 컨텍)이 매우 중요합니다. 레드 와인과 달리 샴페인은 탄닌을 우려내면 절대 안됩니다. 샴페인의 생명인 상큼함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그래식 가압식으로 부드럽게 즙을 짜면 주로 껍질에 많은 탄닌이 덜 빠져나옵니다.

매혹적 양파껍질 색깔이 돋보이는 로칠드 로제 샴페인
또 탄닌이 추출되는 것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 저온침용(콜드마세라시옹)도 사용합니다. 효모가 당분을 먹고 발효가 일어나 알코올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탄닌은 빠른 속도로 빠져 나옵니다. 따라서 발효가 시작되지 않는 낮은 온도에서 침용하면 탄닌 추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피노 누아는 저온침용을 하면 껍질에 포함된 풍부한 아로마가 잘 추출된답니다.

로제 샴페인은 생각보다 색상을 우려내기 쉽지 않습니다. 탄닌 추출을 막기 위해 가볍게 짜는 정도로는 로제 샴페인의 색깔이 잘 안나옵니다. 따라서 껍질과 함께 발효하면서 색이 잘 우러나도록 발효조 위에 뜬 껍질을 밑으로 내려가도록 누르는 펀칭다운을 하면서 만듭니다. 이처럼 양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로제 샴페인은 일반 샴페인보다 가격이 비싸답니다.

샹파뉴 바롱 드 로칠드 와이너리 전경
샹파뉴 바롱 드 로칠드 와이너리의 상징 로칠드 제공
저온 침용을 하면서 만드는 대표적인 로제 샴페인이 샹파뉴 바롱 드 로칠드 로제(Champagne Barons de Rothschild Rose)입니다. 프랑스 그랑크뤼 1등급 5개 샤토 중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와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를 소유한 로칠드 가문이 빚는 샴페인이죠. 샤도네이 85%, 피노 누아 15%를 섞은 이 샴페인은 양파 껍질이나 연어같은 매혹적인 컬러만으로도 여심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넌빈티지이지만 4년의 병숙성을 거쳐 세상에 나옵니다. 수줍은 듯한 작고 섬세한 버블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터지며 장미 등 꽃향기와 산딸기, 레몬 등의 과일향이 은은하게 지속돼 잊지 못할 영화의 한 장면같은 아름다운 추억을 남깁니다. 

로칠드의 다양한 샴페인들
로칠드 샴페인의 탄생은 2007년으로 불과 10년을 갓 넘겼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리츠 칼튼 파리, 런던 , 뉴욕 호텔 체인 공급되며 많은 미슐랭 레스토랑의 샴페인 리스팅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로칠드 샴페인은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까요. 로칠드는 모든 포도를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마을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만 사용합니다. 또 고급 샴페인은 샤도네이를 많이 섞는데 로칠드 가문의 명성에 걸맞게 그랑크뤼 포도밭에서 생산된 최상급 샤도네이만 사용합니다. 특히 빈티지 샴페인은 샤도네이를 100%, 로제는 85%를 사용합니다. 보통 샴페인 하우스들이 샤도네이를 15% 정도만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비율입니다. 샤도네이를 많이 넣으면 숙성력이 좋으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샴페인이 만들어 집니다. 특히 산화가 잘 일어나는 피노 뮈니에는 아예 쓰지 않고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로만 샴페인을 만든답니다. 샤도네이는 샴페인에 생동감과 정교함을 주고 피노 누아는 섬세함과 조화로운 복합미를 더해줍니다.

효모찌꺼기를 병입구로 모으는 작업이 진행중이 로칠드 셀러. 로칠드 제공
포도즙은 첫번째 즙인 뀌베(Cuvee)만 사용합니다. 완숙한 포도로 빚기 때문에 효모찌꺼기를 제거하고 손실된 당분을 보충하는 도사쥬(Dosage)때 리터당 잔당을 6~7g 수준으로 낮춰 매우 드라이한 샴페인을 만들어냅니다. 또 8년을 숙성하는 돔페리뇽과 마찬가지로 빈티지 샴페인은 8∼10년 동안 병숙성을 거치고 넌빈티지 샴페인도 숙성 규정인 2년보다 훨씬 긴 3∼4년의 병숙성기간을 거칩니다. 샴페인은 효모찌꺼기와 함께 오래 숙성할 수록 빵냄새 같은 효모 풍미가 잘 녹아들고 버블도 매우 미세한 파인 버블을 얻을 수 있답니다. 소규모 생산도 품질의 비결입니다. 샹파뉴 전체의 연간 샴페인 생산량은 약 3억3000만병인데 로칠드 샴페인은 22만병으로 150만병을 생산하는 볼랭저(Bollinger)의 약 7분의 1에 불과합니다.

로칠드는 가문은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무통 로칠드, 샤또 클라크(Chateau Clarke) 3분파로 나뉘어 와인을 빚고 있는데 2004년 샤토 클라크의 바롱 벤자민 드 로칠드(Baron Benjamin de Rothschild) 남작의 제안으로 의기투합해 2007년 샹파뉴 바롱 드 로칠드를 탄생시켰습니다.

로칠드 브뤼 넌빈티지
로칠드 브뤼 넌빈티지는 샤르도네 60%, 피노 누아 40%로 전형적인 로칠드 샴페인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5년동안 병숙성 과정을 거치며 서양배 등 과일 아로마가 잘 느껴지는 경쾌한 스타일의 샴페인으로 흰꽃, 아몬드 등 너트향, 약간의 토스티한 향이 인상적입니다. 조개관자, 리조또, 브뤼 치즈와 돼지나 닭 등의 육류와도 좋은 매칭을 보입니다. 

로칠드 블랑 드 블랑 로칠드 제공
로칠드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2006은 그랑크뤼 마을 포도밭의 샤도네이 100%로 빚는 빈티지 샴페인입니다. 그랑크뤼 밭중에서도 아주 유명한 마을 4곳의 포도로만 만들며 감귤류, 아몬드, 브리오슈 등의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고 정교하면서 섬세한 버블이 돋보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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