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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혐의 입증하려다 2차 피해 우려…'미투' 수사 딜레마 빠진 경찰

입력 : 2018-03-09 19:18:07 수정 : 2018-03-09 22: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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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상당수 당사자 진술 의존 / 체액 등 구체적 물증 없어 난항 / 탐문 등 과정서 2차 피해 우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가해자의 협의 입증과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사이에서 고심에 빠졌다. 상당수 미투 폭로가 오래전 사건에 대한 당사자의 기억과 진술에만 의존하고 구체적 물증은 부족해 혐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과 기업체 등에서 폭로한 미투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익명의 일반인이어서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미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50명과 관련한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 중 8명은 정식 수사를, 11명은 내사를 각각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31명은 폭로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확히 누군지를 알아보는 ‘사실확인’ 단계에 있다.

경찰이 내사 이전의 사실확인 단계까지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대학과 병원, 기업체 등에서 폭로된 미투는 페이스북 익명게시판 ‘대나무숲’을 통해 이뤄진 경우가 많다.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지, 관련자 신원이 누구인지 등을 금방 알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경찰이 마냥 모르는 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니 ‘사실확인’ 단계로 분류해 발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등에서 폭로된 미투는 피해자들이 얼굴을 밝히거나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처럼 가해자 이름과 지위가 특정되어 수사가 쉬운 편이다. 그러나 이 사안들도 막상 법정에 가면 구체적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폐쇄회로(CC)TV나 체액 등 물증이 남아 있지 않고 피해자들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일부 기억 허점이라도 지적하면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이 깨질 공산이 크다.

2차 피해 우려도 경찰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경찰이 수사와 내사에 앞서 사실확인을 위해 탐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숨겨온 사건이 주변인한테 알려질 수 있어서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현 주거지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원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명조서를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혹시 누명을 쓴 것은 아닌지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수사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둘만이 사건 진실을 알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어렵다”며 “국민적 여론과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경찰도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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