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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무지한 인류… 그럼에도 번창한 힘은 바로 ‘이것’

입력 : 2018-03-10 03:00:00 수정 : 2018-03-09 2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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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지음/문희경 옮김/세종서적/1만8000원
지식의 착각/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지음/문희경 옮김/세종서적/1만8000원


인간의 마음이 일으키는 작용에 관한 학문인 인지과학에 관한 책이다. 누구나 매일 쓰는 물건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손잡이를 내리면 변기 물이 내려가고, 스위치를 누르면 전등에 불이 켜진다. 겉보기에는 무척 간단한 것 같지만 이런 동작들 안에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아무리 유명한 학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분야가 아닌 이상 이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기와 스위치를 ‘안다고’ 믿는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자신이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지식의 착각’ 속에 산다.

인간의 마음을 연구해온 인지과학자 스티븐 슬로먼과 필립 페른백은 책에서 우리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한다고 말한다. 정치적 입장도 추론이 아니라 직관과 감정에서 나올 뿐이라는 것이다. 토론을 아무리 많이 해도 정치적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여성의 낙태에 대한 논쟁을 살펴봐도 낙태권을 반대하든 옹호하든 인과적으로 분석해서 나온 입장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가치관을 따른 것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듯 인류의 위대한 업적은 어느 영웅적인 한 개인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과학적 업적은 그때까지 쌓인 연구들을 바탕으로 꽃피우고, 민주주의를 비롯한 현대의 사회적·정치적 제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에 헌신해온 사람들 덕분이다. 반대로 허술하게 엮인 불량한 지식 공동체는 사람들을 잘못된 결론에 이르도록 부추긴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지식 공동체’ 힘이다. 무지한 인류가 지구상에 살아남아 번창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지성의 열쇠는 머릿속이 아니라 우리의 몸, 환경, 물건, 타인에 저장돼 있다. 그런 만큼 각 분야 전문가들을 지식 공동체가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식 공동체의 핵심은 개인의 지능이 아니라 팀워크다. 지식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입어 빛나는 아이디어를 빚어낼 수 있다. 진정한 ‘초지능’은 인간의 의도를 공유할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집단 지성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한없이 위대하면서도 한없이 무지한 인간에 관한 연구다. 인간의 마음을 찾아 떠나는 인지과학의 여정에 관한 책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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