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지난 30년간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진실을 감췄다’는 내용의 이 국방부 1급 기밀 문건을 뉴욕타임스(NYT)가 특종 보도한 뒤, 한발 늦었지만 WP도 문건 일부를 입수하면서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시험대에 오른 엄중한 상황이었다. 닉슨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보도 금지 명령을 내리고 NYT를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
1971년 6월3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사진 오른쪽)과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가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허용한 연방 대법원 판결을 자축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포스트 캡처 |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했다.” WP의 보도 뒤 연방 대법원은 수정 헌법 1조를 근거로 이같이 판시하며 NYT와 WP의 손을 들어준다. 이듬해 WP는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내 NYT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유력지로서의 명성을 떨친다. 미국의 수정 헌법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5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헌법센터(NCC) 등에 따르면 입법·사법·행정부와 연방제 등을 규정한 미 연방 헌법은 1787년 제임스 매디슨, 조지 워싱턴 등 일명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정했다. 그 뒤 시대 변화에 따라 추가된 27개 조항을 ‘수정 헌법(Amendment)’이라고 한다. 이 중 1791년 발효한 수정 헌법 1∼10조는 ‘권리 장전(Bill of Rights)’이라 불린다. 정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고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이어서다.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보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벤 백디키언. 워싱턴포스트 캡처 |
수정 헌법 1조는 이처럼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리고 청원권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으로 수정 헌법 1조가 새삼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30일 자신의 첫 국정 연설에 박수를 보내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을 “반역적, 비미국적”이라 해 구설에 올랐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수정 헌법 1조를 들어 역공을 퍼부었다. 존 테스터 상원의원이 “박수를 치고 안 치고는 수정 헌법 1조의 권리”라며 비판했고,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도 “동의하지 않는 생각에 박수를 치지 않는 자유는 수정 헌법 1조”라고 가세했다.
2013년 11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벤 브래들리(사진 가운데) 전 편집국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대통령 자유의 메달은 최고 권위의 시민상이다. 브래들리 전 국장은 2014년 숨졌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
이 외에도 수정 헌법은 압수수색 및 체포 영장,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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