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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위험한 사람”… 세계에 경고음

입력 : 2018-03-03 03:00:00 수정 : 2018-03-02 20: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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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 27명 / “3분 15초마다 거짓말을 하는 남자” / 트럼프 정신건강 진단… 위험성 공개 / 핵에 대한 태도·전쟁 충동 근원 파악 / 불안정한 정신이 정치·사회 미칠 영향 / 그로 인한 재앙 막을 방법까지 모색
밴디 리 엮음/정지인·이은진 옮김/심심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밴디 리 엮음/정지인·이은진 옮김/심심


1962년 10월 16일 화요일 백악관 집무실에 트럼프가 있었다면….

그날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는 간담이 서늘한 소식이 들이닥쳤다. “러시아가 쿠바에 공격용 미사일을 설치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왔다”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보고였다. 미 정찰위성이 미사일 발사대가 설치되는 모습을 선명히 포착했고, 케네디가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소련이 이를 즉각 부인했음에도, 전 세계는 핵전쟁 종말이 곧 닥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케네디는 국무·국방장관, 유엔 대사, 합동참모본부(합참), 백악관 참모들을 불러모아 숙의를 거듭했다. 합참은 만장일치로 선제공격을 주장한 반면에 협상파는 외교적 해법을 주장했다.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했고 최후의 결정은 오롯이 케네디의 몫이었다. 결국 그는 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하지만 쿠바에 대한 직접 공격은 배제했다. 대신 핵미사일 장비를 실은 군함과 선박이 쿠바 해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상봉쇄 조치를 내렸다. 백악관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케네디는 “우리는 그(소련)가 낭떠러지로 몰려 경솔한 행동을 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나는 탈출 구멍이 없는 구석으로 그를 몰아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련의 흐루쇼프 역시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케네디는 흐루쇼프와 협상 메시지 주고받기를 수십 차례 계속했다. 드디어 10월 28일 흐루쇼프는 미사일 기지 철수령을 내렸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2주간의 핵전쟁 위기는 그렇게 해소되었다.

만일 그때 백악관 집무실에 케네디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가 앉아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당시 케네디가 유지했던 침착함과 지혜, 판단력을 트럼프도 보여줄 수 있을까?

2017년 가을 소설가 한강은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전쟁을 이야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냈다. 한국인에 드리워진 전쟁에 대한 우려를 홀연히 담아낸 글이다.

실제 트럼프는 2017년 8월 “수천명이 사망한다면 저쪽(한반도)에서 죽는 것이고 여기(미국)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 전율을 느끼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 책 저자들은 “북핵 문제를 움켜쥐고 제멋대로 목표물을 움직이는 이 사람의 정신 상태는 온전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전세계 동맹국들은 물론, 미국 내 정치인들은 그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예일대 의대 법·정신의학부 임상조교수인 밴디 리와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27인이 함께 만들었다. 최근 뉴욕서 출간된 이 책의 원제목은 ‘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 밴디 리와 그 동료들은 책 서문에서 “‘3분 15초마다 거짓말을 하는 남자’(미국 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 트럼프의 정신건강 여부를 진단해 전 세계에 그 위험성을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밴디 리는 이 같은 집필 의도에 찬동하는 전문의들이 많은 데 놀랐다고 전했다.

2016년 11월 대선 직후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신경정신과 검사를 받도록 요구하라”고 강력히 권고하는 편지를 쓴 하버드대 의학대학원 정신의학 교수 주디스 허먼과 그의 편지에 지지서명을 한 수많은 정신과 전문가들이 자원했다.

출간 직후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언론사의 서평도 다양했다.

“트럼프는 그냥 미친 건가, 미친 척하는 건가? 용기를 갖고 나선 27인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모든 의문에 답한다.”(워싱턴포스트)

“심리학, 정신의학에 대한 어떠한 지식이 없어도 대통령의 핵무기에 대한 태도, 외교술을 망각한 채 북한을 무너뜨리겠다는 위험한 행동들의 근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시카고 트리뷴)

“저명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왜 침묵 대신 경고를 선택했는가? 이 책에는 이들이 트럼프를 위험한 인물로 평가한 이유뿐 아니라 그의 불안정한 정신이 정치·사회·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로 인한 재앙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빼곡히 담겨 있다.”(사이콜로지투데이)

예컨대 트럼프의 옛친구 토니 슈워츠는 이 책에서 “나는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1년여간 ‘거래의 기술’을 썼다”면서 옆에서 관찰한 바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블랙홀 수준의 낮은 자존감,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자기정당화,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는 충동으로 점철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섬뜩한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27인의 전문가들은 트럼프를 설득하는 것 이외에 적절한 방법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탄핵 등의 방법으로 대통령직에서 쫓아내든가, 아니면 소나기를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식의 방편 등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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