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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1일은 ‘세계 모어(母語)의 날’이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는 ‘세계 모어의 날 기념 포럼’이 열렸다. 한국에서 열린 모어의 날 첫 기념식이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언어 다양성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계 모어의 날은 방글라데시의 ‘언어수호 운동’에서 기인한다. 1952년 2월21일 동파키스탄 주민들이 서파키스탄의 벵골어 사용 금지 정책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 발포로 4명이 숨졌다. 이를 계기로 분리독립운동에 나선 동파키스탄은 1971년 방글라데시라는 이름으로 독립했다. 방글라데시는 2월21일을 ‘언어 순교자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1999년 유네스코는 이날을 세계 모어의 날로 지정했다. 모어는 모국어보다 세분된 개념으로 소수 종족이나 부족이 쓰는 말도 포함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쓰이는 언어는 7000여개. 이중 절반가량이 몇 세대 안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고, 이들의 96%는 세계인구 중 불과 4%만이 사용하고 있다. 200∼300개 언어만이 교육과정과 공공 분야에서 쓰일 뿐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쓰이는 언어는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화의 총체적인 DNA를 담고 있는 한 언어가 사라지면 이를 사용해온 민족이 축적해 온 지혜와 전통도 한꺼번에 자취를 감춘다. 문화 다양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유네스코가 1980년대 말부터 문화 다양성의 핵심으로 언어를 강조해 온 이유다.

유네스코가 펴내는 ‘위험에 빠진 세계 언어 지도’에 따르면 한국의 제주어도 ‘치명적 위험’에 처한 언어로 분류되어 있다. 또 다문화가정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이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엄마 나라의 문화와 전통은 그 나라의 말로만 자녀에게 온전히 전승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홀대를 받고 있는 우리 한국어의 현실이다. 한글도 못 깨친 유아들에게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고, 온라인상에는 한국어라고 할 수 없는 국적불명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모어의 날’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게 비단 먼나라 소수 민족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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