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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사회로 가는 길] 민폐 꺼리는 ‘메이와쿠 문화’ 日 시민의식 밑거름

입력 : 2018-02-20 19:42:41 수정 : 2018-02-20 19: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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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분·감정 드러내는 것 자제 / 대지진 등 재난 속에서도 혼란 최소화 / 개인 희생 당연시 문화 우려 시각도 2011년 3월, 일본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에 일본 전역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당시 사상자만 2만여명에 달할 만큼 최악의 참사였다. 그 와중에도 돋보인 일본 국민의 시민의식에 온 세계가 주목했다. 일본인들은 우왕좌왕하지 않았고,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재난 지역에서 벌어질 법한 생필품 사재기나 새치기, 약탈 등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들은 침착하게 타인을 배려하고 질서를 지켰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높은 시민의식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를 매우 꺼리는 이른바 ‘메이와쿠(迷惑)’ 문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인이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은 “히토니 메이와쿠오 카케루나(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이다. 이 말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행동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기분과 주장을 드러내는 것마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일본인이 ‘타인에게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꺼린다’, ‘속내를 감춘다’ 식의 오해를 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폐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으로 이어진 셈이다.

일본에 유학 중인 김서연(25·여)씨는 “일본인 대부분이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며 “대중교통만 보더라도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전화통화를 하는 등 주위에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본 여성과 결혼한 하모(33)씨도 “(일본인은)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 수 있는 말들은 대부분 돌려 얘기하는 등 말투부터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더라”라고 말했다.

다만 대체적으로 개인보다는 조직을, 개성보다는 조화를 강조하는 기류다 보니 개인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더러 나타나기도 한다. 2015년 발생한 ‘유카와 하루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본인 유카와 하루나(당시 42세)가 이슬람국가(IS)에 포로가 돼 무참히 살해된 동영상이 공개되자 유카와의 아버지는 언론을 통해 “큰 폐를 끼쳤다. 정말 죄송하다. 정부를 비롯한 관계자 분들이 전력을 다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테러집단의 만행에 귀한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 마치 본인이 잘못한 것처럼 고개를 숙인 것이다. 부도를 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 경영진이 공개 석상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지목해 집단으로 따돌리는 일본 특유의 ‘이지메 문화’도 메이와쿠 문화가 왜곡돼 나타난 현상으로 본다.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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