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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올림픽 자원봉사하러 타국서 왔어요" 4인4색 하나 된 특별한 우정

입력 : 2018-02-17 13:00:00 수정 : 2018-02-17 18: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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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랑? 스포츠 사랑? 외국서 평창을 찾은 이유 / ‘비정상회담’을 방불케 하는 4개국 청년들의 한국생활 / 말 많고 탈 많았던 자원봉사. 이들에겐?

지난 15일 강원도 강릉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올림픽 자원봉사자들. 왼쪽부터 프랑스 출신 줄리엣, 본지 안승진 기자, 일본 출신 마리코 사이토, 러시아 출신 다나.

올림픽을 흔히 세계인의 축제라고 한다. 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세계인이 모여 한마음으로 경기를 응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원봉사자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마다 올림픽 자원봉사자를 전 세계에서 모집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음식·숙소 등 자원봉사자에 대한 각종 논란이 잇따랐지만 실제 외국에서 올림픽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5일 강원도 강릉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본·러시아·프랑스 출신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평창에서 자원봉사자로 만나 친구가 됐단다. 경남 창원에서 온 김범수(20)씨와 러시아 출신 다나(25), 일본에서 온 마리코 사이토(24)와 프랑스에서 온 줄리엣 에이브릴(22) 이 4명의 자원봉사자에게 ‘평창올림픽 자원봉사’ 체험기를 물었다. 

◆ 한국 사랑? 스포츠 사랑? 이들이 평창을 찾은 이유

기자=“자원봉사를 하기위해 비행기 표까지 자비로 내며 한국에 왔다고 들었다. 왜 평창 동계 올림픽 자원봉사에 어떻게 지원하게 된 것인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프랑스 줄리엣(이하 프)=“프랑스에서 한국의 방송채널을 보며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한국의 인디밴드 잔나비와 혁오밴드를 좋아한다. 한국에 올 이유가 필요했다. 그리고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원봉사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 질문이 9개 정도 있었다. 대학리포트 쓰는 줄 알았다. 면접은 스카이프(인터넷전화)로 봤다. 사실 올림픽에 큰 관심은 없었으나 한국이 좋아서 왔다”

일본 마리코(이하 일)=“난 스포츠 특히 피겨스케이팅의 열렬한 팬이다. 토리노 올림픽 때부터 일본 피겨스케이팅 시즈카 이라카와 선수 경기를 보며 매력에 빠졌다. 올림픽 현장에서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보고 싶었다. 또 시즈카 아라카와가 해설가로 평창에 왔다고 들었는데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해 기대도 하고 있다”

러시아 다나(이하 러)=“인터넷을 하다가 자원봉사 모집공고를 봤다. 대학교도 졸업해 여유가 생겼고 평소에 한국에 관심이 많아 지원했다. 올림픽 경기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국 김범수(이하 한)=“로이터·AFP 같은 외신 통신사 사진기자가 꿈이다. 올림픽 현장의 사진기자가 하는 일을 보고 싶었다. 전 세계 친구들을 만나 교류할 기회라고 생각해 자원봉사에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했다”
 
강릉 중앙 시장서 한국의 문화를 즐기는 자원봉사자들. 김범수(오른쪽 첫번째)씨, 줄리엣(오른쪽 세번째),  마리코(오른쪽 다섯번째).

◆ ‘비정상회담’을 방불케 하는 4개국 청년들의 한국생활

기자=“4명 모두 굉장히 친해 보인다. 올림픽 기간 중 어떻게 만났고 어떤 경험을 했나?”

한=“자원봉사자들은 도착 순서대로 묶여 방을 배정받는다. 우선 저희 4명은 속초 같은 숙소에 배정받았고 일하는 장소도 비슷하다. 여자 3명은 외국인끼리 방을 배정받아 친해졌고 저는 자원봉사 현장에서 대화하다 친구가 됐다”

일=“자원봉사를 쉬는 날 우리끼리 강릉 중앙 시장에 놀러 가곤 한다. 거기서 닭강정을 먹었는데 너무 맵더라. 남들은 다 아무렇지도 않게 먹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매워서 혼났다. 콧물까지 흘렸다. 호떡도 정말 맛있고 시장의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좋았다”

프=“우린 한국의 음식을 즐기며 일상을 보내는데 그중 컵라면과 김을 정말 사랑한다. 프랑스에서는 김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다. 강릉 식당에 가서 김을 몇 개씩 더 달라고 해 먹기도 하고 숙소에도 김을 40여개나 쌓아뒀다. 한국에서 많이 먹어둬야지!”

러=“속초 숙소에 자장면 배달이 되더라. 놀랐다. 자장면을 자원봉사하며 처음 먹어봤는데 처음 느껴보는 맛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 ‘선수들을 눈앞에서!’ 자원봉사자만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

기자=“올림픽 자원봉사를 하며 특별한 경험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프=“근무지가 컬링센터다. 가끔 한국 컬링 대표팀 선수·코치와 인사를 나눈다. 지난 12일에 경포해변에 놀러갔는데 우연히 이들과 마주쳤다. 날 알아보더라. 사진까지 찍어줬다. 그리고 다음날 올림픽 파크에 놀러갔는데 그곳에도 컬링 코치진이 있는 게 아닌가. 코치진도 ‘인연’이라고 생각했는지 내게 올림픽 선수단 공식 핀(배지)를 줬다. 내게 귀중한 선물이라 집에 고이 간직해뒀다”

한=“저도 프랑스 줄리엣과 같은 장소에서 일한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준비운동을 하는데 미국 컬링 대표인 맷 해밀턴이 제게 풋볼을 던져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보고 같이 하자고 권유해 몇 번 풋볼을 던졌다. 언제 외국 국가대표와 대화와 운동을 해보겠나.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러=“러시아선수단(OAR) 남녀 혼합 복식(믹스더블) 컬링 대표팀이 3위로 동메달을 받게 됐다. 인형을 수여하는 ‘베뉴 세리머니’ 리허설을 내가 맡은 경험이 있다. 선수인 척 인형을 받는 역할이었는데 조국 대표로 메달을 받는 거 같아 정말 뿌듯했다.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에게 세리머니 설명도 직접 해줬는데 감격스러웠다”
 
강릉 중앙 시장서 한국의 문화를 즐기는 자원봉사자들.왼쪽부터 김범수씨, 미국 출신 제니퍼 최(24), 줄리엣.

◆ 말 많고 탈 많았던 자원봉사. 이들에겐 ‘합격점’

기자=“지난 5일부터 자원봉사를 했다고 들었다. 열흘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만족하나?”

일=“정말 만족한다. 내 근무지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다. 앞서 밝혔듯이 피겨를 좋아하는데 운이 좋았다. 우상인 시즈카 이라카와 선수도 실제로 봤다. 대화는 아직 못 걸었지만... 쉬는 날 여행을 하며 한국문화도 많이 즐겼다. 한국에 딱히 관심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한국에 대해 이미지가 좋아졌다”

러=“다들 춥다고 하는데 난 시베리아에서 왔다. 여긴 완전 봄 날씨다(웃음). 내게 평창동계올림픽은 ‘휴가’다. 대학을 졸업하고 쉬는 기간인데 자원봉사를 하며 머리도 식히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우리 모두 얘기할 때 불편함이 없다. 각자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올림픽으로 하나로 묶였다. 여행하며 친구정도는 만들 수 있지만 동료를 만들긴 쉽지 않지 않나. 지금 우리는 '동료'다”

프=“난 한국이 좋아 자원봉사 후에도 여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내게 올림픽은 ‘모험’이었다. 지난해에도 한국 여행을 했는데 그때 볼 수 없었던 문화들을 자원봉사하며 체험했다. 여행코스에서 느낄 수 없었던 한국의 새로운 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강릉=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사진= 김범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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