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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노트] 책만 쌓아놓는다고 도서관 일까… 사서 충원 등 질적 성장 아쉬워

입력 : 2018-02-10 03:00:00 수정 : 2018-02-09 19: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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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서관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이웃 일본의 광역단체인 돗토리현의 예를 들어본다. 돗토리현 현립도서관은 그야말로 시골 동네 도서관이다. 그런데도 도서구입비가 1억엔이다. 1인당 도서구입비는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1931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비상근을 포함해 46명의 직원 가운데 도서관장을 포함해 40명이 사서자격증을 갖고 있다.

도서관에서 사서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용자에게 원하는 정보만 주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도 알아서 제공해 주는 것이 사서가 할 일이다. 일종의 독서 도우미인 셈이다. 이 도서관 서가에는 ‘투병기 문고’란 게 있다. 책들 가운데 병마를 떨치고 승리한 사람과 관련된 책만을 골라 모아놓은 코너이다. 제목만으로 잘 알 수 없는 투병기가 담겨 있는 책을 골라 병상의 환자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코너를 만든 것이다. 사서가 직접 도서를 분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김정명 신구대학교 겸임교수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1010개에 이른다. 그간 이 정도나마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그러나 사서 1인당 담당 인구는 국제기준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서 인력 법적 충원율도 18.2%에 불과하다. 사서 인력의 부족뿐 아니다. 1994년 도서관법에 도서관 관장직은 사서직이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명문화되었으나 지켜지지 않은 지 오래다. 올해 초 제주 한라도서관에서 사서 출신 공무원이 관장을 맡아 화제가 될 정도다. 시설이 가장 좋다는 국회도서관마저 사서가 관장이 된 적이 한번도 없다. 일본의 경우 관장이 사서자격증이 없으면 자발적으로 사서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한다.

책만 쌓아놓는다고 국민이 책을 읽을까? 도서관에 책 있으니 가서 읽으라는 것은 공공도서관의 무책임에 가깝다.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요구가 많기 때문에 확충에 대한 정책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질적인 성장 정책은 옛것 그대로다. 도서관장직은 한직으로 밀려난 고위 공무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서는 도서관의 핵심이자 주민과 도서관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언제 사서가 주민과 도서관의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정명 신구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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