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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아리아리] 팔 다친 선수 머리 감겨주고…문전성시 평창선수촌 미용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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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8 13:18:01 수정 : 2018-03-13 16: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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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루지 남자 더블의 박진용(25·경기도체육회)은 지난해 10월 훈련 도중 팔꿈치를 다쳐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경기도 문제이지만 인간 생활의 기본인 청결 유지가 고민이다. 팔을 제대로 뻗지 못해 매일 아침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한바탕 곤욕을 치른다.

그런 그가 평창동계올림픽 평창선수촌 플라자에서 즐겨 찾는 곳이 바로 미용실이다.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재학생들과 석·박사 과정의 디자이너 20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선수들의 ‘겨울 스타일링’을 책임진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머리만 긁적거리던 박진용은 6일 미용실에서 샴푸 서비스를 제대로 받았다. 자원봉사자 최진아(23)씨는 “박진용 선수가 머리만 감기 미안했던지 결국 머리숱을 조금 쳤다. 루지의 귀화선수 에일린 프리쉐(26)도 전날 와서 머리를 잘랐는데 아주 만족해했다”고 소개했다.

평창선수촌 미용실의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 학·석박사 자원봉사자들. 왼쪽부터 홍비단(20), 김수현(20), 김가람(22), 최진아(23), 오별(31), 김수정(19). 평창=안병수 기자
지난 1일부터 문을 연 선수촌 미용실은 솜씨가 ‘기가 막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미용실 내에는 헤어 커트 공간과 네일 아트를 하는 곳이 따로 있어 선수들의 방문 욕구를 자극한다. 기본요금은 무료이고, 헤어 펌 등 시술을 받는 경우에 한해 재료값만 받는다. 첫날에는 방문자가 10명이었지만, 이제는 선수들의 대표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하루에만 30~40명이 찾는다. 이 덕분에 미용실 벽면에는 각국 설상 종목 선수들의 사인이 잔뜩 걸려 있다.
이탈리아 여자 알파인 스키의 페데리카 브리고네가 종전의 곱슬머리를 평창선수촌 미용실에서 자신의 로망이었던 긴 생머리로 스타일링했다. 평창=안병수 기자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해야 해 힘들긴 하지만 이들에겐 선수들의 칭찬이 피로회복제다. 이탈리아 여자 알파인 스키의 ‘간판’ 페데리카 브리고네(28)는 통산 국제스키연맹(FIS) 7회 우승의 강자다. 곱슬머리를 타고난 브리고네는 선수촌 미용실에서 긴 생머리로 바꾸기 위해 난생 처음 스트레이트 펌을 했다. 브리고네는 “항상 긴 생머리를 가진 선수들이 부러웠다. 이곳에 처음으로 다른 스타일을 해봤는데 너무 완벽하다”며 “선수들도 겉모습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멋질수록 자신감이 붙어 더욱 좋은 경기력을 낸다. 평창에서도 미용실 덕분에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선수들만큼이나 미용사들도 좋은 기운을 얻는 건 매한가지다. 어수연 한국미용장협회 이사장은 “학생들이 다양한 모질을 매만질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외국 선수 특유의 억센 머리칼을 만지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겪어보는 모질에 시행착오를 겪어 1시간 이상 머리를 만져도 선수들은 느긋하게 기다린다고. 때때로 팁을 주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이처럼 선수의 머리뿐만 아니라 지친 마음까지 치유해 주는 미용사가 있어 평창선수촌은 퍽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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