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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정은 '복심' 여동생 내세워…美 압박·제재 흔들고 대화 모색

입력 : 2018-02-07 18:31:50 수정 : 2018-02-07 23: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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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방남 의도·배경 / 로열패밀리 보내 정권 안정성 부각 / 트럼프 딸 이방카 방문 ‘격’ 맞춘 듯 / 체류일정 달라 직접 조우는 어려워 / 美, 김여정 인권 침해 가해자 지목 / 펜스 부통령은 ‘北 인권’ 고발 예고 / 전문가 “대화국면 기대 반 우려 반” 김여정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訪南)하면 남북 분단 이후 김일성 주석의 이른바 백두혈통이 처음으로 남녘 땅을 밟는다는 의미가 있다.

단상 오르는 오누이
지난해 12월 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제5차 당세포위원장 대회 축하공연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 방남을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정권의 안정성을 국제사회에 부각하고 미국 등의 제재·압박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미·중·일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게임의 판을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7일 “북한이 그동안 핵·미사일 도발로 대결구도를 만들었는데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한국,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김여정 파견 결정은 대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 가능성은 몇 차례 거론되기는 했으나 정부는 북한 로열패밀리의 핵심이 실제 방남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통일부는 이날 김여정 부부장 방남에 대해 “관련 직책과 다른 외국 정상의 가족들이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외국 정상 가족 가운데 단연 주목되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다. 이방카 선임고문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려워 보인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국제정치학)는 “정권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김여정을 보낸다는 것은 미국과 격을 맞추면서도 남측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해 최대한 성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선권·김여정·최휘(왼쪽부터)
김여정 부부장이 미국 재무부의 독자제재 대상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월 북한 인권침해 가해자로 김여정 부부장을 지목해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 국무부는 당시 의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2차 보고서에서 김여정 부부장을 사실상 북한 매체 검열과 주민 세뇌 공작의 총책임자로 지목하면서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업무를 매일같이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김여정 부부장 파견 결정은 고강도 북한 인권실상 고발을 예고한 펜스 부통령의 계획에 맞불을 놓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김여정 부부장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방남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본격화하는 북한의 대북제재 무력화 시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최대 압박 기조의 김을 빼고 군사적 옵션 위협을 피하기 위한 것이자 자신들을 악의 세력으로 몰아가는 미국에 맞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을 계기로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한의 핵보유국 선전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만경봉 92호 입항에 이어 김영남과 김여정 파견에서 북한이 던진 메시지는 비핵화를 위한 결단보다는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향한 돌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유엔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안보리의) 여행금지 대상에 오른 인물인 최휘의 방남은 북한의 제재 무력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은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중대 의미가 있음에도 현재 국제정세상 정부가 메시지 관리를 잘 못할 경우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대북제재 대상이라는 점과 실질적인 대화 국면으로의 진전이 아닌 북핵 인정을 전제로 한 평화를 강조하는 선전선동의 계기만 만들려고 할 수 있어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단 배웅에 나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활짝 웃는 모습.
김여정 부부장은 2014년 1월우리 차관급에 해당하는 당 중앙위 부부장에 오르며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지난해 10월 당 제7기 중앙위 제2차 전원회의를 통해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뒤 여러 행사에서 주석단에 앉아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지난 5일 평양역에서 예술단 본진이 출발할 때는 박광호 당 선전선동부장과 직접 배웅하기도 했다. 북측이 김여정 부부장의 직책을 당 제1부부장이라고 한 점으로 미뤄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수석 부부장)으로 보인다.

김민서·김예진·박수찬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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