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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여감독으로 본 #낄끼빠빠 #여성단체

입력 : 2018-02-06 20:22:35 수정 : 2018-02-06 20: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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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 중에 ‘낄끼빠빠’라는 게 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뜻으로 분위기 파악을 하고 융통성있게 행동하라는 신조어다. 생각해보면 사회생활에서 ‘낄끼빠빠’는 꽤 중요한 행동거지다.

얼마전 충무로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계가 주목하던 한 여성 감독 A씨가 동료 여성 감독 B씨를 성폭행 했다는 것.

사건 개요는 이렇다. 지난 2015년 4월 여성 감독과 B 감독은 지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를 가졌다. A씨는 만취한 B씨를 인근 모텔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A씨는 B씨의 신체 부위 일부를 만지면서 유사성행위를 했다. 이후 잠에서 깨고 그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A씨를 준유사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여성 감독 A씨의 준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소식은 피해자 B씨와 피해자의 약혼자가 SNS와 커뮤니티에 알리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여성 영화감독 B씨는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 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고 작년 12월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고 뒤늦은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A씨의 형량에 대해 피해자 측에서는 “남자였으면 실형이 나왔을 것 같은데 동성이라 집행유예가 나온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사건이 이슈화 되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A씨를 조합에서 제명했다.

감독조합 관계자는 스포츠월드에 “2016년 이미 감독조합은 회원 중 성폭력 사건에 연루될 경우 영구제명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영화인모임 역시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난해 A씨에게 수여했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을 취소했다. ‘여성영화인축제’라는 말이 민망하다. 누굴 위한 축제인가.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 많던 여성단체는 왜 침묵하고 있나. 왜 단체의 힘을 보여주지 않나.

2017년 여성단체가 가장 크게 주목받은 사건은 배우 조덕제와 여배우 간의 성추행 공방이다. 여성단체는 아직 대법원 선고가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가해자로 부르며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했다. 결국 사건은 남성 대 여성, 젠더 싸움으로 번졌다. 이에 따른 대중의 반발은 그들이 자초한 몫이다.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큰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여성 집단 내부의 문제는 쉬쉬한다. 혹은 발을 담그지 않는다. 

6일 스포츠월드는 피해 감독의 대변인으로 언론 대응 중인 피해 감독의 약혼자에게 물었다. 그는 “댓글창에 ‘여성단체는 뭐했냐’는 글이 많은데 이런 부분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성영화인 모임에 대해서는 “일단 팩트만 말씀드리자면 여성영화인 모임에서 A감독의 수상을 취소했다는 통지 메일을 받았다.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식입장 상으로는 2일 폭로글을 보고 그렇게 (처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성단체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여성단체를 통해서 사건과 관련해 먼저 연락을 주신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형편이 넉넉치 않아서 피해자 쪽 변호인이 국선 변호사였다. 사건이 진행되고 변호인을 교체하는 부분에서 대구 여성의 전화에 연락했고 이쪽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이 말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편에 선다고. 여성이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이 또한 여성단체가 그 누구보다 먼저 나서야 할 일이다. 내부의 문제가 곪아 터졌으면 이 부분부터 명확히 짚고 치료 후 넘어가야 한다. 입장을 발표해도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내야 한다. 지금의 침묵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우리는 내부 문제에 ‘낄 때 끼는’ 여성단체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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