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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포괄적 현안 존재 안해"…삼성 손들어 준 法

입력 : 2018-02-05 18:28:20 수정 : 2018-02-06 10: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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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단 대부분 뒤집은 항소심 / “李 경영권 관련 부정청탁 증거 없어… 영재센터 후원·마필 대금 뇌물 아냐” /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무죄로 판단 / 재판부 “원심 판단 잘못” 엄격한 잣대 / “안종범 업무수첩 등 증거 능력 없어” / 朴·李 靑 안가 추가독대도 인정 안 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했던 이 말이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그만 무색해지고 말았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이 일제히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삼성이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규정한 1심의 유죄 판결을 대부분 뒤집고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겁박으로 이뤄진 (삼성의) 뇌물공여’라는 판단을 내렸다.

◆“경영권 승계 작업·부정 청탁 없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우선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이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적 현안들이 특검이 주장하는 대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한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경영권 승계작업을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으로 인정한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 피고인들의 방어권 확보에 곤란을 초래하게 된다”며 “포괄적 현안인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해 8월 1심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일환으로 보고 이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이 묵시적으로는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이 구성 요건인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여원은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은 무죄라고 본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유라 마필·차량 대금 뇌물 아냐”

다만 재판부는 삼성 측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가운데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 36억여원과 정씨가 마필과 차량을 공짜로 이용하게 한 ‘사용 이익’만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이 최씨 측에 마필과 차량 소유권을 넘겼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씨가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에게) 내 것처럼 타면 된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것을 ‘내 것이 아니지만 내 것처럼 타면 된다’는 뜻이라고 해석한 삼성측 논리를 받아들였다. 같은 이유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도 1심이 유죄로 본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과 마필 대금, 영재센터 후원금 중 용역 대금만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정형이 가장 무거워 이 부회장 형량을 좌우할 최대 변수였던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독일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에 36억여원을 보낸 건 도피가 아니고 피고인들에게 도피 범의(범죄 의도)도 없었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삼성측 손을 들어줬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달리 마필·차량 구매 대금을 뺀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와 정씨를 모른다”며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과 달리 일부만 유죄로 받아들여졌다.
모두 ‘집유’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왼쪽)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없어”

재판부는 또 1심은 증거능력을 인정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도 “수첩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대화 등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해 그런 간접 사실에 대한 증거로 쓰게 되면 기재 내용 증거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며 역시 삼성측 손을 들어줬다. 간접 증거로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삼성 측은 줄곧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도 같은 이유로 “간접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검팀이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바꿔가며 새롭게 제기한 2014년 9월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청와대 안가 추가 독대, 이른바 ‘0차 독대’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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