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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칼럼] 남북경협 재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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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4 21:16:17 수정 : 2018-03-16 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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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계기 남북 해빙무드 /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경우 / 北 유입 자금 전용 차단 장치 마련 / 美 대북제재와 충돌 등 선결 필수 무술년 새해에도 북한 핵 위협은 해소되지 않고 있고, 미국 내에서는 대북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코피(bloody nose)전략’ 용어까지 등장하며 강경대응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 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해빙무드가 형성되고 있다. 남북한은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함께 훈련한 데 이어 한반도기를 필두로 공동입장하며 여자하키 단일팀이 출전한다.

이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도 추진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경협 재개가 북한 핵개발의 돈줄 역할을 하면 안 되지만, 그 돈이 없어도 어차피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할 것이기에 올림픽 해빙분위기를 대북사업 재개로 연결해 한반도 신뢰구축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북한 정권이 진지한 대화와 협상의 의사를 표명하고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여건 조성에 합의하는 경우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여건은 북한 지역에 출입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과 대북 투자에 대한 보장이다. 이러한 보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공동보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두 번째 여건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을 통해 북한에 지급되는 현금의 전용 가능성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현물지급 방식 도입 또는 자금의 흐름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남북한이 합의해야 한다.

이렇게 자금의 전용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게 되면 다액 현금(bulk cash)의 유입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2094, 2321호)와 충돌하는 문제가 해소된다는 명분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명분을 바탕으로 경협 재개를 위한 투자 보장이나 금융보험서비스 제공을 승인해 줄 것을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강산관광에 필요한 시설 보수와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북한과의 합작투자와 투자 확장을 금지하고 있는 안보리 결의(2371, 2375호)의 예외로도 승인해 줄 것을 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다.

남북경협을 위한 우호적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면 북한으로의 생산 및 기계설비 반입 및 북한으로부터의 물품구입 금지를 규정한 안보리 결의(2397호)의 내용도 개정하거나 폐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기계나 전자장비를 우리 업체들이 수입해 들여올 수 있게 되고, 우리 업체가 개성공단으로 생산설비를 추가로 반입하거나 금강산 숙박시설과 등산로 보수를 위한 기계설비를 공급할 수 있다.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체제와의 충돌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제재대상 물품에서 개성공단으로의 반출이 필요한 물품을 제외시켜야 한다. 2005년 한국통신이 남북한 직통전화 개설을 위해 미국산 전략기술을 이용해 제조한 통신장비를 미국 상무부의 승인하에 개성공단으로 반출한 사례가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개성공단 내 북한 노동자 고용이 미국이 금지하고 있는 ‘북한의 노동자 수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도 필요하다. 미국이 취하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과 북한 간의 거래에 대한 제재)의 대상으로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 개발에 참여하는 여러 사업체를 제외하는 것에 미국정부가 승인토록 유도해야 한다.

결국 현재의 올림픽 무드가 실질적 안보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정부와 유엔안보리의 승인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승인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이 서로 주고받을 요구사항의 함수관계도 복잡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는 주체는 한반도 평화와 운명을 책임질 우리 자신이 돼야 한다. 이번 올림픽에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들고 입장할 한반도기가 이러한 의지와 협력의 상징으로 휘날려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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