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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에 주목하라] 민간기업 통 큰 지원이 ‘따뜻한 가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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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1 06:00:00 수정 : 2018-01-31 20: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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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도입 11년… 다양성 확보하려면 패션 소품 기업 ‘에이드런’이 만드는 제품은 언뜻 보면 알 수 없는 남다른 점이 있다. 바로 보육원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에이드런은 보육원에서 미술 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이때 아이들이 펼친 상상의 나래를 제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때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제품에 쓰기도 한다.

에이드런은 최재은(26)씨와 김지민(25)씨가 2016년 10월 공동 창업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이 중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을 ‘사회적기업’, 고용노동부 장관 외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기업을 ‘예비사회적기업’이라고 부른다.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예비사회적기업인 에이드런의 김지민(오른쪽), 최재은 공동대표가 지난 18일 보육원 어린이들이 낸 아이디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 에이드런 사무실에서 만난 김씨는 “처음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씨와 김씨는 대학재학 중이던 2015년 보육원에서 미술 교육 봉사활동을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최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고, 보육원 아이들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보육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캠페인을 벌였고,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 2200여만원은 전액 보육원 아이들의 이름으로 아프리카 어린이와 백혈병 어린이들에 기부했다.

사업 가능성을 발견한 최씨와 김씨는 보다 체계적인 보육원 미술 교육 지원을 위해 아예 창업에 나섰다. 1년여간 수익은 7000여만원으로 들어간 인건비, 제작비 등을 빼고 한 달에 두 번 보육원 미술 교육도 해야 하는 빠듯한 형편이지만, 첫해치고는 나쁘지 않다. 여러 유명 온라인 소품 전문 쇼핑몰에 입점하면서 인지도도 올라가고 있다. 
◆사회적기업 11년… 일자리 창출 위주 비판도

정부가 2007년 55개 기업 인증을 시작으로 사회적기업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째를 맞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꼽고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그간 사회적기업은 양적으로 팽창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1877개 업체가 활동 중이다. 이들 기업의 총 매출 규모는 2조원 이상이다. 여기에 에이드런 같은 1220개의 예비 사회적 기업을 포함하면 인증 기업은 30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사회적기업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자생적이기보다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사회적기업을 법제화하면서 대상을 지나치게 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기업은 3년간 고용비용을 지원받는데, 인증받은 해 일자리창출사업 참여 기업은 78%에서 3년 경과 후 50%로, 4년째엔 21%로 뚝 떨어진다. 정부는 최근 들어 취약계층 고용 중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지만 여전히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사회적기업 예산에서 가장 많은 부문이 고용을 위해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 인증 신청 기업이 줄고 있다는 것과 사회적 기업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인원이 줄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갖기 힘들다고 해석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보면 정부가 정한 틀을 벗어난 새로운 비법률적 사회적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사회적기업 외에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소셜 벤처가 적지 않다. 신효준(31)씨가 창업한 나인에이엠이 그런 경우다. 나인에이엠은 ‘크라우드펀딩’(다수 개인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통해 소규모 예술 공연을 여는 기업이다. 원래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신씨는 다니던 회사 법무팀을 그만두고 2016년 소셜 벤처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씨는 자금력이 없는 소규모 단체나 예술가들을 위해 지금까지 80여 차례의 공연을 개최했다. “예술가들의 복지를 향상하는 것도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라고 신씨는 설명한다. 

◆민간 기업 참여 확대로 다양성 확보해야

사실 정부 제도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사회는 점점 다변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도 다양해지는데, 이를 하나의 법률에 담기는 쉽지 않다. 설령 예비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 된다고 해도 모든 지원을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에이드런의 경우에도 정부 규정을 맞추기 힘들어 인건비 지원은 받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민간 부문의 지원, 특히 민간 기업의 지원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굳이 법률적 사회적기업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관련 대표적인 기업의 지원 사례로는 SK의 전방위적인 사회적 기업 및 소셜벤처 발굴 및 성장 사업, 현대자동차그룹과 정몽구재단이 주최하는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KDB나눔재단의 ‘고용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LG전자와 LG화학의 ‘LG 소셜캠퍼스’ 등이 있다. SK의 활동은 특히 주목된다. SK는 카이스트와 함께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과정을 졸업하거나 재학 중인 학생은 95명으로, 졸업생의 93%가 창업을 했고 42개의 기업을 운영 중이다.

에이드런의 최씨와 나인에이엠의 신씨도 현재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 재학 중이다. 최씨는 “항상 우리는 비영리 단체가 아니라고 되새긴다”며 “전문성을 키우고 내부 역량이 탄탄해야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는 매년 기업들의 사회적 성과를 분석해 이에 따른 지원금을 주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최초로 민간자본만으로 구성된 사회적기업 전용 펀드를 조성했다. SK행복나눔재단이 40억원 등 총 13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될성부른 사회적기업을 선정해 도울 예정이다.

그렇지만 아직 사회적기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다. 법률적인 사회적기업에 대한 민간 지원규모는 2015년 405억원에서 2016년엔 19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스스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데, 굳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있다”고 털어놨다.

변형섭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회장은 “판로 개척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고무적이지만 사회적 관심과 금전적인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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