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경제·외교 등 잠재적 성장력 커
한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
인도 품으면 신남방정책에 ‘날개’
관계 발전 위해 민간교류 늘려야
삼국유사에 따르면 아유타의 허황옥 공주가 가락국의 김수로왕에게 시집왔다고 한다. 실크로드가 서역과 동방을 이어주던 때도 인도와 분명히 교류가 있었을 것이나 역사적 기록은 별로 없다. 1947년에 독립한 인도는 6·25전쟁에 참전했지만 두 나라 간 교류협력이 활발하게 발전하지 못했다. 최근에야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CEPA)이 2010년 발효됐고, 2015년 모디 총리 방한 시 두 나라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그러나 우리 외교에 인도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한국은 1990년대 말부터 아시아 지역외교의 지평을 넓히고자 서쪽으로 달려갔지만 서아시아 쪽으로 건너가지는 못했다. 지난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서 밝힌 신남방정책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머물렀다.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했지만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을 한 단위의 협력체로 견인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베트남에서 나아가 인도네시아 같은 역내 주요 국가와의 협력 수준을 높이는 정도일 것이다. 남방정책을 정말 새롭게 만들려면 서아시아로 성큼 다가가야 하며, 관건이 되는 나라는 이 지역의 맹주인 인도이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인도가 한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도는 경제대국이다. 국내총생산(GDP)이 2조5000억달러로 세계 7위, 구매력 기준으로는 세계 3위 대국이다. 모디 총리 집권 이래 7%대 성장률을 보여 6%대의 중국을 앞지르면서 고도성장률이 지속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3억4000만명의 인구는 젊어 생산인구 공급이 넘치는 데다가,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대사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 다음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공용어 영어를 사용해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이 다른 나라보다 쉬울 것이란 말이 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으로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한 한국이 공장 건설과 새로운 수출시장 다각화를 원하는 이때 거대 신흥시장 인도는 매력적이다.

둘째, 인도는 외교강국이다. 영국 식민지로 일찌감치 서쪽 유럽과 길을 터온 인도는 자국 문제를 국제적 의제와 잘 연결시키는 재주가 있다. 개별 문제를 보편 문제의 틀 안에서 해석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인도는 냉전시기 미·소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개도국 비동맹그룹을 주도했던 나라다. 최근에는 경제 발전에 힘입어 서남아시아를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이해당사국으로 참여하려 하고 있다. 인도와의 협력을 일찌감치 모색해온 나라는 일본으로, 아베 내각은 중국의 역내 지배력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 인도를 활용하고자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대신에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다른 대국의 부상이 반가울 까닭이 없는 중국이 좋아할 리 없는 용어이다. 한국은 이름짓기 신경전에 끼어들 필요 없이 중국과 인도 모두와 협력을 강화하면 된다.

셋째,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분권적 민주주의 국가이다. 800여개 언어와 힌두교, 이슬람, 기독교, 시크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있는 나라가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존경받을 일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관습적인 신분제도나 극심한 빈부격차를 크게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이 시기에 동아시아의 역동적 민주국가인 한국과 서아시아의 민주대국 인도가 협력해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 옹호에 나설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모디 총리가 동방정책에서 한국을 매우 중시한다니 이에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이 인도를 품게 되면 정부 간 관계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 간 관계 발전은 반드시 다양한 민간기관 간의 교류를 필요로 한다. 우리 교육·연구기관이나 경제·산업단체가 인도를 더 알기 위해 교류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인도로 가는 길이 탄탄해진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