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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선영 사태'…빙상연맹 '오역'이 불러온 참사

입력 : 2018-01-25 15:09:33 수정 : 2018-01-26 14: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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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노선영(29·콜핑팀)의 2018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가운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은 막중한 책임감을 망각한 채 잘못을 숨기고 거짓말로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2016 ISU 스피드스케이팅 특별기술규정 번역본’과 ‘2010 밴쿠버올림픽, 2014 소치올림픽 ISU 원문 규정집’ 두 가지 문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다.

스포츠월드는 지난 23일 오후 빙상연맹의 올림픽 출전 자격 규정 미숙지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 노선영의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빙상연맹은 그 이후 약 4시간 만인 밤 10시경 보도자료를 통해 노선영의 평창올림픽 출전 무산 건을 해명했다.

빙상연맹이 발표한 ‘노선영 선수 올림픽 출전 무산’ 관련 건은 ISU가 발표한 평창올림픽 엔트리 자격 기준에 세부 설명이 없고, 내용이 모호해 발생한 사안이라는 게 핵심이다. 빙상연맹은 ISU 측이 애초 올림픽 팀추월 출전 자격이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올림픽 출전 자격 랭킹 포인트가 걸린 월드컵 1~4차 대회가 끝난 뒤 ‘개인 종목 출전 선수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혼선을 겪어 노선영의 출전이 무산됐다는 것이 골자다. 즉, 빙상연맹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해명하고 있다.

그런데 스포츠월드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우선 ‘시점’을 모두 빙상연맹에 유리하게 조작했다. 빙상연맹 측은 ISU의 평창올림픽 엔트리 자격 기준 공지가 2017년 3월에 이뤄졌다고 했지만 실제로 ISU는 이미 2016년 5월에 이미 출전 자격 규정집을 발표했다. 

이 규정집은 현재 ISU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규정집에는 ‘17 May 2016’는 표기가 분명하게 새겨져있다. 빙상연맹도 이를 확인했고 2016년 9월21일 이미 번역본을 발행해 교정까지 마쳤지만, 이런 사실은 숨겼다.

더 충격적인 부분은 빙상연맹이 ISU 규정의 ‘모호함’을 제기한 시점이다. 이미 2016년 9월21일 ISU 규정 번역본을 발행했음에도, 규정의 모호함을 2017년 9월에 ISU 측에 최초 문의했다. 정확한 해석을 요청한 것은 10월이다. ISU가 규정을 발표한 지 1년하고도 4~5개월이 지나 모호함을 문의한 것은 연맹의 준비 과정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월드컵 대회가 11월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정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규정의 모호함도 진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 포장이다. 사실 확인 결과 빙상연맹이 최초 규정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지만 이를 ISU 탓으로 돌리고 있다. ▲ISU 스피드 특별규정 209조 제2(Qualification System) 제f항 원문은 다음과 같다. "Host ISU Member/NOC qualification" - The host ISU Member/NOC will be subject to the same qualification procedure and rules for the allocation of quota places as other ISU Members/NOCs, except for the team Pursuit events where the host ISU Member/NOC will have the right to enter a team, only subject to the general conditions for entry of Skaters and teams.

그런데 빙상연맹이 해석한 이 조항은 '주최국은 다른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예선 과정과 규정을 적용받는다. 팀추월 경기는 예외로 회원국은 한 팀을 출전시킬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로 명시했다. 충격적이다. F항 원문 마지막 문장인 'only subject to the general conditions for entry of Skaters and teams.'에 대해 해석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 과정이 결과적으로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 무산의 파장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 문장은 '올림픽 엔트리에 포함된 스케이터들과 팀들은 일반 규정을 따라야 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개최국이 팀추월 자동 출전권 권리를 갖더라도, 올림픽 출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개인 종목 출전권이 있어야 한다(일반 규정)는 내용이다. 연맹이 주장한 ‘기준기록 통과자’는 주최국/국가예선 조항과 전혀 관계가 없다. 

연맹이 지난해 10월 ISU 측에 ‘월드컵 팀추월 구성선수는 개인종목 참가와 관계없이 기준기록만 통과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통신문에도 그렇게 작성되어있다. 맞는가?’라고 질문한 것은 무지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이미 2016년 9월 번역본을 발행해 놓고, 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8년 1월에 이와 같은 사실 때문에 노선영의 출전이 무산됐다고 주장하는 행태는 국민을 조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더욱이 입수한 역대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출전 규정 문건을 살펴보면, ISU는 2010 밴쿠버올림픽을 시작으로 2014 소치올림픽, 2018 평창올림픽까지 세차례 올림픽에서 팀추월 개최국 출전 자격 관련 규정을 한 차례도 변경하지 않았다. 빙상연맹이 모호하다고 의문을 제기한 ‘일반 규정(general conditions)을 따른다’는 문항은 밴쿠버, 소치, 평창까지 모든 대회에서 똑같이 적용됐다. 앞선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출전 무산 건이 유독 평창올림픽에서만 발생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답답할 노릇이다.

스포츠월드=정세영 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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