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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어요”… 업무·관계의 홍수 탈출하는 ‘단절족’

입력 : 2018-01-04 20:43:53 수정 : 2018-01-04 21: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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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이라도 일상과 절연하는 사람들 / 퇴근 뒤도 울려대는 업무카톡 / 의지와 무관한 인간관계 지쳐 / 현실 잊으려는 몸부림의 결과 / 나홀로 해외여행 훌쩍 떠나고 / 주말이면 휴대전화 꺼두거나 / SNS 탈퇴·삭제 후 잠수하기도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직장인 3년차 조모(30)씨는 얼마 전 일본 도쿄에 혼자 다녀왔다. 그의 도쿄행에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관광이나 쇼핑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일상에서 ‘완벽히 단절된’ 느낌을 받고 싶어서였다. 길어야 이틀 정도의 시간. 돈이 제법 들긴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했다.

조씨는 지난해에만 무려 여섯 번이나 일본을 다녀왔다. 그가 이 같은 여행에 나선 것은 퇴근 후에도 울려대는 ‘업무 카톡’, 사회생활로 만들어진 인간관계의 ‘홍수’에 지쳐 버린 때문이다. 일상에서 철저히 탈출하는 걸 바랐고 여행에서 그걸 찾은 것이다.

일상으로부터 완전한 탈출을 꿈꾸는 ‘단절족’이 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와 개인 의지와 상관없이 이어가야 하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각종 피로와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몸부림이라는 분석이다.

4일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자유여행 1인 항공티켓 구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배 넘게 증가했고, 연말 여행 수요의 22%에 달했다.

특히 저가항공이 늘어나 주말 동안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홍콩 등지에 다녀오는 상품 수요가 전년도보다 2배가량 많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비용 등을 감안해 보통 3박4일 이상 다녀오던 예전 해외여행 관행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업계에선 업무나 비즈니스 때문에 단기 홀로 해외여행을 간 경우도 많겠지만 젊은이들이 ‘나홀로 해외여행’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단절족도 많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즉 어떻게든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것으로, 돈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최근의 ‘욜로(YOLO)’현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주말이면 휴대폰을 꺼두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을 탈퇴·삭제 후 ‘잠수’를 타는 이른바 ‘소셜 블랙아웃’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32)씨는 주말이면 조용한 산사에서 템플스테이 등을 하며 ‘셀프 감금’을 자처한다. 그는 “템플스테이에선 입소 전 스마트폰 등을 강제로 걷어간다는 점이 좋다”며 “묵언과 명상 등을 하다 보면 일상을 금세 잊는다”고 웃었다.

김지호 경북대 교수(심리학)는 “직장인들은 평균 5개 이상의 단톡방에 들어가 있다는데 내향적인 사람들에겐 SNS를 통한 피상적인 네트워크가 무척 부담”이라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에 위안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통신의 발달이 되레 현대인의 단절의지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즉 출·퇴근 개념도 없이 하루 종일 업무에 대해 ‘각성 상태’가 되면서 단절욕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실제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조치 없이는 일상 업무와의 단절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이 2016년 직장인 24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3%가 ‘퇴근 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업무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에 따른 주당 초과근무 시간도 11.3시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대다수 현대인이 SNS나 각종 전자기기를 통해 일과 생활이 연결돼 있어 여기에 대한 탈출 욕구도 점점 커지는 것”이라며 “묵묵히 참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들은 해외여행처럼 물리적으로 단절되도록 하는 등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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