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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에 금전보상보다 추모공원 필요”

입력 : 2018-01-01 19:01:28 수정 : 2018-01-01 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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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 예우’ 목소리 높아 / “어떻게 죽은 아들 몸에 칼 대게 하나” 유가족들 주변 냉대에 상처만 입어 / 美처럼 이식인과 서신교류 허용 요구
“우리가 한 일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요.”

장부순(74·여)씨는 2011년 아들 정훈씨를 잃었다. 집에서 갑작스레 쓰러진 아들은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뇌사 판정이 내려지자 장씨는 아들의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안구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 떠올라서였다. 하지만 이유 모를 죄책감은 아직도 장씨를 괴롭게 만들고 있다. “어떻게 엄마가 돼서 죽은 아들의 몸에 칼을 대게 했느냐”는 누군가의 말은 비수로 박혔다. 그럴 때면 눈을 감고 ‘잘한 결정이다’란 말을 수백번 되뇌곤 했다. 장기기증자 유가족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씨는 “심적으로 힘들어도 아무도 손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지금도 아들의 흔적이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고 토로했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기증자 유가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장기를 이식받은 이와의 서신 교류나 기증인을 기억할 수 있는 추모공원이라도 있었으면 한다는 게 유가족들의 말이다.

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뇌사기증자는 200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4646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식 건수는 1만9208건이었는데, 산술적으로 기증자 1명당 장기 4.1개를 기증한 셈이다. 2000년 52명이었던 뇌사기증자는 2016년 573건으로 10배가량 늘어난 뒤 지난해(11월 기준) 474명으로 다시 줄었다. 전년보다 기증자가 감소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기증자가 크게 늘지 않는 데에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 한몫한다는 게 유가족들의 판단이다. 어렵게 결정한 일이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다는 보람보다는 외려 상처받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장기 기증을 결정한 김모(69·여)씨는 “주변에서 ‘아이를 두 번 죽인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괴로웠다”며 “대부분 유족들이 비슷한 경험을 토로하곤 하는데, 좋은 일을 하고 나서 왜 이런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유가족들은 이식인들과의 서신 교류를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장기기증 덕분에 건강히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위로라도 얻고 싶다는 것이다. 장기매매 등의 부작용 우려 탓에 만들어진 ‘비밀유지’ 조항에 가로막혀 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이 중개를 맡아 서신만 전달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이식인과 유가족 간의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4184㎞를 달려 숨진 딸의 심장을 이식받은 흑인 남성의 심장 소리를 들은 50대 남성의 사연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장기기증자 및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추모공원이나 서신교류, 유가족 심리치료 등이 전제된다면 장기기증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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