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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일요세상] 쓰레기장도 아닌데 담배꽁초가 왜 이곳에…혹시 당신이?

입력 : 2017-12-31 08:00:00 수정 : 2017-12-31 09: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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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앞.

누군가가 버리고 간 쓰레기가 입구에 쌓인 탓에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한눈에 봐도 카페는 닫힌 지 오래고, 제대로 주변 위생상태가 관리되지 않아 한때 음료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을 입구는 거리 속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해당 카페는 영등포구청에 폐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모델링 관계로 문을 닫았다면 이미 붙었을 안내문도 보이지 않았다. “10원 하나만 달라”며 지나는 시민들에게 구걸하는 노숙인만이 며칠 후 다시 방문했을 때 카페 앞에서 보일 뿐이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문 닫힌 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카페 앞에는 오가는 시민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가득하다. 그중에는 노숙인의 것으로 생각되는 물건도 다소 섞여 있었다.


다음날(27일) 들른 서울 여의도공원의 한 공중화장실 앞.

난간에 묶인 지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 1대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쓰레기로 가득한 바구니가 발견됐다. 화장실에 들른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무심결에 버리고 간 쓰레기가 하나둘 쌓여 바구니를 채운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자전거는 여의도공원이 아닌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대여 주체와 관리 문제는 차치하고, 방치된 자전거 바구니에 마음대로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누군가 처음 버리고 간 쓰레기를 본 다른 시민이 ‘나도 버려도 되겠네’라는 생각에서 비롯해 늘어난 쓰레기가 도심 속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망쳐놓고 말았다.

 
서울 여의도공원 공중화장실 근처에 방치된 자전거. 바구니가 쓰레기로 가득 찼다.


2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의 한 건물 환풍구 앞.

점심시간만 되면 근처 직장인들이 나와 담배를 피우는 장소다. 당연히 흡연구역은 아니다. 금연구역이라는 안내문이 옆에 붙어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피우는 이들이 가득하다.

환풍구 옆의 작은 틈에 흰 물체가 여럿 보였다. 담배꽁초로 확인됐다. 누군가 버린 꽁초를 보고 다른 흡연자가 ‘나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피우던 담배를 투척하면서 광장을 오가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낯부끄러운 풍경이 생겨났다.

환풍구를 관찰하고 자리를 뜰 무렵, 한 남성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담배를 입에 물더니 라이터에 불을 켰다. 이 남성은 꽁초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의 한 건물 환풍구. 시민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안 되는 듯 꼭꼭 숨겨놓았다.


심리학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라는 이론이 있다. 범죄 현상을 주로 다루던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에 만든 개념이다.

평소 지나던 거리의 한 상점 유리창이 깨진 것을 보면 ‘건물 주인이나 관리인이 신경을 쓰지 않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자기도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도 어느 누가 상관하지 않을 거라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한다는 뜻이다.

같은 생각이 늘면서 모든 유리창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나는 괜찮겠지’와 ‘다른 사람도 했는데 뭐 어때’라는 생각이 커지면서 도시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앞서 소개한 △ 카페 앞 쓰레기 △ 자전거 바구니 속 쓰레기 △ 환풍구 앞 가득 쌓인 담배꽁초 등에 모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 법칙에 휘말리는 것은 아닐지 생각할 필요도 있다.

1980년대부터 빈민굴로 변질된 미국 뉴욕시를 살리기 위해 1995년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낙서와 쓰레기투성인 거리를 깨끗이 정비하고,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해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등 진정성 담긴 행정을 보인 사례가 법칙 소개 시 주로 언급된다.

환경이 더럽다면 사람들은 오물을 쉽게 버리지만 주위가 깨끗할 때는 그러지 못한다. 자기의 부적절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들켜서다. 미화가 해결책은 아니라며 법칙 반론도 나오지만,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가 우리 주변 환경을 망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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