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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학교 앞에서도 담배연기 피해 다녀야 하는 초등학생들

입력 : 2017-12-23 13:00:00 수정 : 2017-12-23 03: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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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후문 반경 50m '금연구역'이지만 지키는 사람 드물어 /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418명 초등학생 모두 '통학로 흡연 목격한 경험 有' / 서울시 18개 학교주변 금연거리 확대

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배달원. 학교 정·후문 반경 50m는 금연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숨을 참고 뛰어요.”

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초등학교 앞. 

학교 정문과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수험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벼락 옆에서도 한 행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꺼내 피웠고, 한 배달원은 오토바이를 멈추고 정문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초등학교 인근 담벼락과 바닥에는 ‘금연구역’이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들은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저학년 하교 시간인 오후 1시30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이 학교의 5학년 임훈(12)군은 “등·하교 길 골목 구석에서 형들이 담배를 자주 피운다”며 “숨을 참고 길을 지나가지만 숨을 다시 쉴 때 냄새가 남아있어 불쾌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6학년 이윤서(13)양도 “담배 피우는 어른들을 피해서 길을 돌아올 때도 있다”며 “금연표시가 곳곳에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학교 정·후문 반경 50m를 학교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을 매기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관내 18개 초등학교 주변을 금연거리로 지정해 추가로 확대했다.
 
그런데도 학교 주변 금연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곳은 드물었다.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초등학교 인근. 담벼락과 바닥에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흡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서울 노원구 공연초등학교 인근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성인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공연초 4학년 이한솔(11)군은 “지난주 학교 가는 길에 3명의 어른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 기분이 나빴다”며 “담배를 피우지 말아 달라고 했다가 혼날 뻔했다”고 한숨 쉬었다.
 
6학년 박건웅(13)군은 “학교에서 주변 정화 활동을 하면 주로 담배꽁초를 줍는다”며 “지난 주말 농구를 하고 있을 때도 2명이 학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난달 발표한 ‘2017 흡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에 위치한 보육 및 교육기관 주변 200곳의 통학로 중 196곳(98%)에서 지속적인 흡연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이곳을 통학하는 아동 418명은 모두 ‘통학로에서 흡연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던 이들은 대부분 “금연구역인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노량진 초등학교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남성은 “내 집 앞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따진 데 이어 “담배 피우는 사람은 거리가 금연구역인지 별로 신경 안 쓴다”고 당당히(?) 말했다. 

흡연자 최모(31)씨는 “금연구역보다 흡연구역이 너무 없다”며 “그러다 보니 불법인지, 합법인지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담배를 피우던 한 수험생은 “금연구역인지 몰랐다”며 반성하는 기미조차 없었다. 인근 야외 주차장 쪽으로 몇 걸음을 옮겨갔을 뿐이다.

초등학교 옆 야외 주차장이나 고시원 앞, 야외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학교 주변이라도 사유지 내 흡연은 단속대상이 아니라 담배연기가 학교까지 퍼져도 제지할 수단이 없었다.

이에 학교 주변 금연구역이 정·후문 반경 50m라 학생들의 통학로를 완벽히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부터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맞춰 관내 18개 학교 주변으로 금연거리를 확대했다”며 “시범운영을 통해 점차 학교 수를 확대해나갈 예정이고 캠페인을 통해 금연홍보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 앞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잘 안 보인다는 지적이 있어 길바닥에 노란색으로 표시해 흡연자들의 눈에 잘 띄게 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영상=서재민·이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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