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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흐와 함께 ‘3B’로 불릴 정도로 천재적 음악성을 지닌 요하네스 브람스는 음악을 통해 진리를 추구한 사람이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저자는 브람스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그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 과정이라고 조언한다. 사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사람은 많다. 주로 음향을 듣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브람스의 음악은 길게 듣기란 어렵다. 음악이란 듣기 좋으면 그만이지 하곤 한다. 폭넓은 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음악이 그렇다. 그러나 브람스의 음악이 그냥 듣기만 한다고 들릴까? 아마 음악을 듣고 진정한 기쁨을 얻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브람스는 서양 음악사에서 위대한 극소수의 음악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일찍이 슈만과 클라라 부부는 브람스를 일컬어 ‘신이 보낸 사람’이라며 경탄했다. 브람스 교향곡을 지휘한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후계자’라고 칭송했다. 뷜로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를 묶어 음악의 ‘위대한 3B’라고 했다. 뷜로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제10번 교향곡’이라고 불렀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에 이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브람스를 베토벤을 계승한 유일한 음악가로 평했다. 교향곡 1번 C단조 Op.68은 그의 첫 교향곡이다. 브람스는 이 작품의 초고를 1854년에 썼다. 초고에서 마지막 손질까지 21년이나 걸렸다. 초연은 1876년 친구인 펠릭스 오토 데소프에 의해 독일 카를스루에 연주홀에서 이뤄졌다. 브람스 음악은 이런 지난한 노력과 시간 속에 탄생했다. 저자는 과연 브람스가 왜 베토벤의 곁에 앉을 자격을 갖췄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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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빈 메타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지휘하는 모습이다. |
브람스는 낭만시대를 살았던 고전주의자였다.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의관을 갖추고 점심시간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성실과 신중 그 자체인 남자였다. 낭만적인 요소가 적당히 뒤섞여야 하는 음악가임에도 브람스는 거의 구도자처럼 곡을 썼다고 한다. 완고하고 고집스럽고 고독한 풍경의 북독일 출신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많다. ‘고독한 음악가’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브람스 주변에 그렇게 많은 인물이 있었다는 점은 놀랍다.
베토벤은 ‘신의 계시’란 말과 잘 어울리는 음악가다. 청력을 거의 잃은 상황에서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낸 하늘이 낸 천재였기 때문이다. 브람스 역시 자신의 창작에 위대한 힘이 돕고 있다는 일종의 ‘영감의식’을 갖고 있었다.

“진정한 천재는 밀턴이나 베토벤처럼 ‘지혜와 권능’의 무한한 원천에서 (영감을) 길어온다. (중략) 괴테, 실러, 밀턴, 테니슨, 워즈워스 같은 천재들이 지닌 위대한 특수능력은, 그들 스스로 우주의 무한한 에너지와 연결되면서 영원한 진리의 우주적 영기를 받았다.”
브람스는 베토벤처럼 위대한 힘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음악이 단순히 자극이나 쾌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진리를 이해하는 도구로서 창조주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그는 강렬하게 전달해 준다”고 설명했다. 브람스는 진리를 찾기 위해 음악에 몰두했다. 이는 아마도 브람스 음악이 현대에 더욱 평가받는 이유일 것이다. 책에는 브람스가 만든 유명 교향곡의 유래와 작곡 과정 등 해설이 가득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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