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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가 그들을 위해 만든 분신로봇 … 고독은 가라!

입력 : 2017-12-23 04:00:00 수정 : 2017-12-22 18: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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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봇커뮤니케이터 켄타로 / 요시후지 겐타로 지음/권경하 옮김/늘봄/1만2000원 일본의 분신로봇 ‘오리히메’(OriHime). 이 로봇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로봇이다.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이 내장된 이 로봇은 사용자의 조종에 따라 주변 풍경을 보여준다. 또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뼉을 치는 등의 동작으로 사용자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오리히메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소통수단이나 재택근무를 위한 원격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오리히메를 만든 사람은 서른살의 젊은 청년 요시후지 겐타로(吉藤健太朗)다. 요시후지는 일본 사회에서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신간 ‘나는 로봇커뮤니케이터 켄타로’는 요시후지가 로봇을 개발해 온 과정을 그린 책이다.

청소년기의 요시후지는 늘 고독감에 휩싸여 있었다. 주변 친구들보다 뒤처진다는 열등감, 초조함, 무력감에 시달렸다. 그는 주변사람을 피하면서 고독의 악순환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신청한 곤충로봇대회에 참석했다가 우승을 차지한다. 뜻밖에도 자신의 재능을 확인한 요시후지는 이를 계기로 공고에 진학한다. 하지만 요시후지는 학교에서 또다시 고독이라는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몸이 불편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사람, 따돌림 또는 병으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 가족의 간병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고독을 해소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리히메다. 요시후지는 오리히메를 통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독을 치유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분신으로 사람들과 소통함으로써 고독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시후지는 “내가 만들고 싶은 로봇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거기에 있다는 가치”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싶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필요한 사람이 있는 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오리히메 개발을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나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고독을 해소하는 답이다. ‘분신로봇’은 그동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또하나의 몸’이다. 비록 몸을 움직일 수 없어도 사람과 만나 세계를 넓히고, 죽는 순간까지 인생을 구가할 수 있는, 그런 미래로 이어나가길 바라 마지않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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