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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시신 기증하는 베이비붐세대 "죽어도 돈 필요하다, 가족에게 부담"

입력 : 2017-12-22 13:00:00 수정 : 2017-12-22 16: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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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에 대한 인식변화의 한편에서 사후 시신 기증을 희망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세상을 떠나기 전 사회에 작은 공헌을 한다는 생각과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

* 일본에서 시신을 기부하면 병원에서 연구가 이뤄진다. 그 후 화장 절차를 걸쳐 유골함이 유족에게 전달된다. 유족이 없거나 인수거부가 발생하면 유골함은 대학 봉안당에 합사된다. 이때 모든 비용은 병원 측이 부담하며 문부과학대신의 감사장이 유족에게 전달된다.
■ 턱없이 부족했던 의료 해부용 시신…지금은 많아서 문제
약 20년~30년 전만 해도 병원은 해부용 시신을 구하지 못해 거액의 지원금을 내걸어 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 말 기준 일본 전국 91개 대학에 28만명 넘는 기증자가 사후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기증자는 10년 전보다 7만명 넘게 증가했지만, 해마다 신청이 증가하여 시신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의용해부 전국연합회장 마츠무라 조우지 교수는 “제도 시행 50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며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기증이 급증해 등록을 제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국제의로대 마시모 수석 고문은 "연구전 교원과 학생들은 고인을 뜻을 높이 존경하고 사후 안녕을 기원하며 감사한 마음을 바친다"고 설명했다. (사진= 포스트7 캡처)
■ 남은 가족에게 부담
시신 기부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마츠무라 교수는 동일본대지진 후 ‘인생의 마지막 순간 남에게 도움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년 세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대지진 당시 자연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무릎을 꿇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보며 인생 후반부를 준비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마음의 자극을 받은 거로 보인다“며 ”상담자 다수가 대지진을 계기로 깨달음을 얻어 ‘마지막을 뜻깊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또 자식 걱정을 앞세워 기증의 뜻을 세우고 있다.
독지가 단체와 협력해 기증절차를 돕는 상제 디렉터 테라 슌이치는 “그들의 부모세대만 하더라도 무덤을 만들고 대대손손 지킨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었지만, 이러한 가치관이 점차 줄어 장례 후 무덤은 자녀와 손자의 부담을 준다는 생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부모나 선조의 묘를 관리하며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고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며 “장례 걱정 없는 시신 기부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죽어도 돈 필요하다
홀로 생활하는 한 80대 할머니도 기증자 중 한 명이다.
독지가 단체 회원인 A할머니는 매년 지역대학 합동 위령제에 참여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할머니는 “대학에 시신을 기부하면 대학에서 위령제를 해주니 무연고 시신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죽어서도)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또 정년퇴직 후 아내와 노후를 준비하는 B씨는 “딸자식만 두고 있어서 묘나 봉안당을 만들어도 돌볼 사람이 없다”며 “시신을 기증하면 사회에 작게나마 도움 되고, 비싼 장례비가 들지 않아 시집간 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될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제일생명 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장례절차 없이 화장하는 경우 약 10만엔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시신 기증은 이러한 부담이 없다”며 “기증 결심은 차이가 있지만 비용적인 문제와 가족에게 관리 등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부모세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아이치현에 사는 오다 준이치로(73)씨도 시신 기증자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일본 오사카시 시민관에서 열린 '장례모임'. 자리에 모인 이들 대부분 형편이 어렵고 가족이 있어도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회비 100엔(약 1000원)을 내고 모임에 참여한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한편 장례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시신 기증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현상을 두고 릿쿄대 이나바 츠요시 교수는 "연고 없이 혈혈단신 하는 고령자의 증가는 일용직 노동자의 거리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혈연관계를 떠난 새로운 장례문화를 생각해볼 시대”라고 말했다.

마지막 준비에도 돈의 영향을 받아 차이를 나타내는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 소비자협회가 조사한 장례비용은 지난해 기준 평균 195만 7000엔(약 1863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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