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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뛰어넘는 세계화 시대에도… 지리적 제약에 갇히다

입력 : 2017-12-16 03:00:00 수정 : 2017-12-15 23: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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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D. 카플란 지음/이순호 옮김/미지북스/2만원
지리의 복수/로버트 D. 카플란 지음/이순호 옮김/미지북스/2만원


인류 역사에서 지리는 국가와 문명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서구 열강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19세기 이들의 각축장이 되었고, 나폴레옹은 “지리는 운명”(Geography is destiny)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은 듯 보였다.

미국의 정치평론가인 로버트 카플란은 세계화로 ‘지리’나 ‘국경’이 잊힐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신간 ‘지리의 복수’에서 “제트기와 정보 시대에 접어들면서 잃어버린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며 세계화의 시대, 지리의 중요성을 다시 주장한다.

저자는 지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지리 결정론’을 경계하면서도, 인간은 여전히 지리가 부과한 물리적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를 결정짓는 것은 인간이지만, 지리가 중요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냉전 시대에 등장한 ‘중부 유럽’이라는 표현을 소개한다. 서구 지식인들이 탄생시킨 ‘중부 유럽’은 실제 존재하는 지리적 표현이라기보다 개념적 표현에 가까웠다. 이 개념에는 동유럽에 대한 비판과, 중부 유럽의 국가들이 소련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중부 유럽 국가들은 서구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장벽이 무너진 것이지만, 사람들은 넘지 못할 벽이 없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2년 뒤 발칸반도에서는 수십만명이 인종청소를 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때 서구인들은 순식간에 발칸과 중부 유럽의 개념을 분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규정하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서구인들은 깨닫지 못했지만, 발칸과 유럽의 중심부 사이에는 두 공간을 분리하는 카르파티아산맥이 존재했다. 중부 유럽이라고 불리던 발칸이 사실은 유럽보다는 오스만제국이나 비잔티움제국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 주목할 곳으로 유라시아 일대를 꼽는다. 그는 향후 수십년간 유라시아 일대가 철도, 도로 등을 통해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미국의 관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북아메리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독일과 베트남, 예멘의 사례에서 보듯 통일의 힘은 결국 예기치 않게, 때로는 폭력적이고 매우 빠른 속도로 개가를 올릴 것”이라면서 남북도 독일처럼 통일 한국(greater Korea)을 기대하거나 적어도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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