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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등’ 美 건국의 이상 240년 지난 지금도 유효한가

입력 : 2017-12-16 03:00:00 수정 : 2017-12-15 23: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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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미들코프 지음/이종인 옮김/사회평론/5만5000원
위대한 대의-미국 혁명 1763~1789/ 로버트 미들코프 지음/이종인 옮김/사회평론/5만5000원


‘위대한 대의’는 옥스퍼드 미국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1000여 쪽의 방대한 역작이다. 대영제국 식민지 미 대륙이 13개 자치주연방과 연방헌법으로 결말 난 20여년간의 기록이다. 종래 통사적인 역사책이 아니라 당시 인물과 사건의 디테일한 면들이 소설식으로 기술된 점이 특징이다. 명문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미국 현대사를 대중화한다는 차원에서 1982년 기획 출간했으며 2005년 보완 개정했다. 저자 로버트 미들코프(Robert Middlekauff·90)는 옥스퍼드대학에서 함스워스 미국사 강좌장을 지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명예교수로 재임 중이다.

오늘날 미국의 탄생은 1760∼1789년 사이 불과 20여년 만에 벌어진 대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대영제국을 ‘훌륭하고 고귀한 도자기 꽃병’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1776년 무렵 영국에 대한 그런 환상은 사라졌다. 전쟁 이전 아메리카인들은 오로지 식민지에만 부과하는 세금을 삭감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국 의회에 아메리카 대표도 없는데 어떻게 세금을 매길 수 있느냐고 따졌다. 아메리카인들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누구나 자유인이라고 생각했다. 정당하지 못한 세금은 내 돈을 강제로 빼앗는 것, 곧 나의 자유를 침탈하는 것으로 여겼다. 결국 자유, 평등을 선택한 미 대륙과 대영제국은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에서 현인으로 인정받는 노엄 촘스키는 책에서 “건국 초기의 자유 평등 사상을 잃어버린 미국은 다음 선거에서 선거혁명을 이뤄내자”고 촉구했다. 사진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아메리카 대륙군의 전투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사회평론 제공
독립전쟁에서 아메리카 대륙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망도 컸지만, 조지 워싱턴의 전략적 승리였다. 영국군은 맑은 날씨 개활지에서 맞붙는 백병전을 고집한 반면에 대륙군은 치고 빠지는 유격전을 택했다. 비 오는 우중충한 날들만 골라 영국군을 괴롭혔다. 당시 맞수였던 프랑스와 스페인도 대륙군을 지원하면서 영국은 우세한 병력과 전투력에도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8년에 걸친 격전 끝에 콘월리스 휘하의 영국군은 요크타운에 갇혀 항복했다. 오합지졸 민병대 수준인 대륙군이 세계 최강 영국군을 제압한 것은 지금도 역사의 아니러니에 속한다.

토머스 제퍼슨이 기초한 미 연방 헌법은 자유, 평등이라는 미국 건국의 이상을 제대로 표현한 명문장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독립전쟁은 자유인(민병대)과 용병(영국군), 민중과 직업군인의 갈등이었고, 대륙군은 명예로운 대의를 지켜냈다. 옮긴이는 “로마제국사로 이름을 날린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환생하여 18세기 미국사를 집필한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거작”이라고 평했다. 


노엄 촘스키 지음/임래영· 황선영 옮김/사일런스북/1만4000원
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노엄 촘스키 지음/임래영· 황선영 옮김/사일런스북/1만4000원


‘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는 현재의 미국을 평가한 최근작이다. 240여년을 건너뛰어 지금 미국과 건국 초기를 비교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살아있는 최고 지성’이라고 칭한 노엄 촘스키의 사상과 세계 인식이 농축되어 있다.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연방헌법을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금의 트럼프에 대해 뭐라고 할까. 슈퍼파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을 권좌에 앉혀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세가 지금이다.

촘스키의 초점은 트럼프의 ‘이스라엘 예루살렘 수도론’에 모아진다.

촘스키는 “트럼프는 이스라엘 종교적 국수주의의 극단인 웨스트 뱅크(West Bank) 정착촌 운동에 열의를 보인다. 그곳은 트럼프의 사위인 자레드 쿠슈너와 관련 있다”면서 “쿠슈너 가문은 호전적인 랍비가 이끄는 예시바에 가장 많은 기부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이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슬림 세계와의 전쟁을 앞당기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촘스키는 “트럼프의 매력은 주로 대중이 느끼는 상실감과 공포에 기반을 둔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대중의 바람과는 멀어지고 있다”면서, “2008년 경기 침체 이후 수입의 90%가 인구 1%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면서 대중의 권리는 이미 박탈당했다“고 비판한다.

촘스키는 “미국은 아직도 남북전쟁 여파와 500년 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억압했던 끔찍한 유산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미국에서는 사회주의와 민주를 기반으로 한 진보 운동이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TV에 광고도 하면서 선거 운동에 돈을 쏟아부어 봤자 언론과 컨설턴트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며, 그것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면서 “유권자들과 대면하고 발로 뛰면서 유세하는 방법이 돈은 적게 들지만 투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결론에서 촘스키는 미국이 건국 초기의 이념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다음 선거에서 민중의 힘으로 선거혁명을 이뤄내자”고 촉구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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