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15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검찰은 2차례 영장 기각의 아픔을 딛고 3번째 영장 청구 만에 박근혜정부 청와대 ‘왕수석’ 구속이란 월척을 낚았다.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우 전 수석이 노 전 대통령에게 “당신은 이제 대통령이 아닌 피의자일 뿐입니다”라고 다그쳤다는 증언도 있다. 물론 우 전 수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8년 만에, 그리고 문재인정부 출범 7개월 만에 우 전 수석은 수의를 입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팀에서 홍 전 검사장의 역할은 언론 브리핑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피의사실 공표와 직결된 이른바 ‘논두렁 시계’ 논란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9년 4월22일 KBS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생일선물로 스위스제 명품시계 2개를 건넸다’는 취지의 특종 기사를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홍 전 검사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해 보도가 사실상 맞는 내용임을 시인했다.
이튿날 언론 브리핑에 나선 홍 전 검사장은 “우리(검찰) 안에 형편없는 ‘빨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 내부의 나쁜 빨대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말했다. 빨대란 특정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주는 취재원을 뜻하는 은어다. 홍 전 검사장의 다짐과 달리 빨대 색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변호사로 변신한 홍 전 검사장은 지난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법조비리 사건으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논두렁 시계 의혹 조사를 위해 그와 접촉을 시도했다. 이 전 검사장은 “지금 입을 열면 다칠 사람이 많다”며 조사받길 거부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아직 국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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