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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마지막 카드'?… 틸러슨 국무 ‘대북 선(先)대화론’ 의미

입력 : 2017-12-13 19:16:20 수정 : 2017-12-13 21: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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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외교적 해결위한 ‘마지막 카드’… 공은 평양으로/ 그동안 韓·美 입장 뒤집는 중대 발언 / 트럼프·김정은 향한 ‘일종의 겜블링’… 맥매스터 “무력충돌 피할 마지막 기회” / 北 ‘先대화론’ 수용 가능성은 불투명 / “北 내부상황 고려할 때 쉬운일 아냐… 향후 레드라인 넘어설 때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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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조건 없는 대북 대화론(talk with North Korea without pre-conditions)을 통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카드를 뽑아 든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의 선(先) 무조건 대화론은 문자 그대로 보면 한·미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비핵화에 나서야 대화에 임할 수 있다는 선 비핵화·후 대화론을 유지해왔다. 북한은 거꾸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대화에 복귀한다는 입장이다. 틸러슨 장관도 비핵화가 최종 목표임을 분명히 했으나 “일단 만나자(Let’s just meet)”는 한마디는 대화의 선후를 바꾸는 중대 발언이다.

이는 대북 대화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등을 향한 일종의 도박적 성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는 입장과 북한의 “세계 최강의 핵강국으로 전진하겠다”(김 위원장)는 주장 속에서 대화파인 틸러슨 장관의 승부수인 셈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틸러슨 장관이 연설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13일 “(미국 측이) 처음으로 컨디션(조건)이 없다는 말을 쓴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틸러슨 장관이 뭔가 갬블링(도박)을 하는 것 같았다”며 “연설 중간중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내가 잘리더라도(해임되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느낌과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마지막으로 한번 해봐라’라는 사인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함께 들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백악관의 조율된 이야기면 상당히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피력했다.

최근 한반도 전쟁 방지론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반도 위기상황을 보여준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싱크탱크인 폴리시익스체인지 주최 행사에서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밝혔다. 최근 방북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도 이날 평양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과 15시간 넘게 이야기한 주제에 대해 “어떻게 우리가 그것(전쟁 방지)을 할지”라고 말했다. 북한 관리들은 펠트먼 사무차장에게 “전쟁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중대하게 해석되는 이유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11일 시작해 12일 폐막한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틸러슨 장관의 선대화론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틸러슨 장관의 말대로 조건 없는 대화에 호응하려면 북한도 모순적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이제 공은 평양으로 넘어갔다”며 “문제는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론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다”고 지적했다. 차 위원은 “핵보유국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화 복귀를 대내적으로 어떻게든 포장해야 하는데, 북한 국내 정치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은 아니다”며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무기 실전 배치를 선언하면 국무부는 (대화파가 아닌) 강경파가 장악해 대북 압력 강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의 언급이 북한보다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어 향후 북한이 레드라인(Redline·금지선)을 넘어설 경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대책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틸러슨 장관 발언은 북한의 호응을 받기는 어려워도 중국에는 미국이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며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보다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완전히 넘을 경우 비핵화 입장을 고수할지, 아니면 이제와는 다른 접근을 모색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진·김민서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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