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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진 이모티콘 시장 장벽…막 그린듯 재치있는 'B급'유행

입력 : 2017-12-12 11:20:00 수정 : 2017-12-12 09: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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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B급 이모티콘'들. 출처=카카오톡

직장인 김효빈(30)씨는 메신저 이모티콘을 올해에만 25개 넘게 구입했다. 처음에는 캐릭터가 귀여워서 하나씩 샀지만 최근에는 독특한 'B급 이모티콘'으로 친구에게 재밌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구입하고 있다. 김씨는 “가격이 비싸지 않아 지인에게 선물도 많이 했는데 그거까지 합하다 보니 구매가 잦아졌다”면서 “구구절절한 말보다 이모티콘 하나로 감정을 재치 있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웃어 보였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대화를 나누며 이모티콘의 수요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대충 그린 것 같은 일명 ‘B급 이모티콘’이 유행하고 있다. 김씨는 “유행하는 이모티콘들이 잘 그려진 느낌은 없지만 재밌고 독특하다”며 “잘 짜인 모습보다 뭔가 어색한 모습들이 내 감정과 딱 들어맞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카카오톡’에서 가장 인기를 얻은 이모티콘을 공개했다. 그중 ‘오버액션 꼬마토끼&꼬마 곰(DK)’, ‘급하개?바쁘개?조개?(펀피)’, ‘오늘의 짤(MOH Inc)’, ‘대충 하는 답장(범고래)’ 등 캐릭터보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중 범고래, 펀피 작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모티콘 출시 기회를 주는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데뷔해 1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린 이모티콘을 탄생시켰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2011년)후 올해까지 구매자수 변화. 출처=카카오

블로그를 통해 이모티콘 제작 강좌를 운영하는 변유선씨는 “이모티콘은 트렌드에 민감한데 요즘은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어 어이없다는 의미의 신조어) 코드가 유행”이라며 “아이가 그린 듯한 작품도 있고 그림판으로 그린 것도 있고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모티콘에 담긴 그림실력보다는 개성이 중요해 포토샵(편집 툴) 정도만 알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카카오톡은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라인은 ‘크리에이터 마켓’을 통해 이모티콘(스티커) 출시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과거 전문가 영역이었던 이모티콘 제작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실제로 많은 일반인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고양이 이모티콘을 제작한 직장인 강모(30)씨는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그 모습을 잘 관찰해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었다”며 “고양이가 벽에 기대 나를 지켜보는 모습, 추위에 떠는 모습, 기본 좋을 때 기뻐하는 모습, 실망한 모습 등 반묘인이라면 공감할만한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이모티콘을 제작한 전아름(33)씨는 “토끼캐릭터 이름을 ‘라라’로 지어 영화 속 감정들을 이모티콘을 통해 떠올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모티콘을 제작하고 있는 직장인 최모(36)씨(왼쪽)와 아마추어 이모티콘 작가들의 작품들(오른쪽). 

이들은 블로그나 카페, 모임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모티콘’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현재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에는 이모티콘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 수십 편이 올라와 있고 최근에는 단기과정으로 이모티콘 제작을 지원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이모티콘 시장에 뛰어들면서 출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졌다. 이모티콘 작가 이모(34)씨는 “이모티콘 출시를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 채택되기 위해서는 꽤 높은 경쟁을 뚫어야 한다”며 “이모티콘 유행도 아주 빠르게 변해 어떻게 콘셉트를 잡고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채택된다 하더라도 출시를 위한 상품화 과정에서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메신저 이모티콘 출시 과정. 출처=카카오,라인

카카오 관계자는 “이모티콘 제안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창작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며 이모티콘 제안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라인은 지난 5월 기준 마켓에 등록된 크리에이터(이모티콘 제작자)수만 세계 230개국 약 72만 명에 달한다.

이모티콘 제작을 다루는 정글아카데미 허수경 실장은 “이모티콘은 감정 전달 수단인 만큼 전하는 메시지가 정확하고 아이디어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각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시놉시스)를 생각하며 만들면 변형하기 쉽고 더욱 재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림이나 툴을 다루는 실력보다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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