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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 와인홀릭] 프랑스 왕 루이16세는 왜 이 와인을 사랑했을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12-08 06:00:00 수정 : 2017-12-07 22: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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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를 한 가득 품은 샤토네프 뒤 파프 샤토 라 네르뜨
100년 넘은 올드바인 그르나슈로 빚은 그윽한 깊은 맛
 
그르나슈 올드바인 출처=샤토 라 네르뜨 홈페이지
가을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숲속의 작은 나무벤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머리 위로 바람이 스치면 영화속 풍경처럼 반짝이는 햇살속에 비처럼 낙엽 날리고. 낙엽속에 묻어오는 흙내음, 스파이시하면서도 달콤한 허브향과 삼나무향. 영락 없는 만추가 통째로 한잔에 담긴 이 와인은 바로 ‘교황의 와인’ 샤토 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e Pape) 랍니다.

프랑스 유명 와인산지 론(Rhone)은 북론과 남론으로 나뉘는데 남론의 가장 유명한 생산지로 샤토 네프 뒤파프가 꼽힙니다. 남론에서는 주로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드르를 블렌딩해서 레드 와인을 만들기때문에 영어 단어 앞글자를 따 ‘GSM’이라 부르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레드와인의 레시피로 유명합니다. 그르나슈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와인에 묵직한 바디감을 주지만 산도가 낮아 와인이 일찍 늙어버립니다. 때문에 산도가 높고 카베르네 소비뇽을 능가하는 스파이시한 캐릭터를 지닌 시라와 무르베드르를 섞게 됐답니다.

이곳에서 최고의 와인이 생산된 배경은 교황이 70년 가까이 프랑스 왕의 권력아래 놓이면서 로마 교황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비뇽 유수(1309~1377)’ 덕분입니다. 1305년 선출된 클레멘스 5세는 프랑스 왕의 압력으로 프랑스 론지방의 아비뇽에 눌러 앉게 됩니다. 사실 그는 보르도 출신으로 와인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현재 보르도 페삭-레오냥 지방에서 생산되는 샤토 파프 클레망(Chateau Pape Clement)은 바로 클레멘스가 소유했던 와이너리라고 하네요. 그는 시골이나 다름없는 남쪽 마을의 와인들이 맘에 들지 않자 자신이 마실만한 품질 좋은 와인을 공급하라고 생산자들에게 요구합니다. 이 때문에 와인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고 아비뇽 교황청이 있는 지역은 ‘교황의 새로운 성’이란 뜻의 샤토네프 뒤 파프로 불리게 됩니다.

커다란 자갈로 이뤄진 샤토네프 뒤 파프 포도밭 출처-샤토 라 네르뜨 홈페이지
남론은 대부분 GSM 블렌딩으로 와인을 빚는데 왜 샤토네프 뒤 파프만 유독 최고의 산지가 됐을까요. 바로 토양때문입니다. 북론에서 가파른 언덕을 끼고 흐르는 론강은 남론에서 평야지대를 만나면서 급격하게 꺾여 커다란 자갈이 쌓이는데 이런 토양으로 이뤄진 곳이 바로 샤토네프 뒤 파프랍니다. 자갈은 낮에 따뜻한 기운을 품었다가 밤에 포도나무에 온기를 불어 넣어줍니다. 따뜻한 기후를 아주 좋아는 그르나슈와 시라에게는 잘 맞는 조건이어서 최고 품질의 포도가 생산되죠.

샤토 드라 네르뜨
남론에서 레드와인을 만들때 허용되는 품종은 모두 13종입니다. 그러나 이 품종을 의무적으로 모두 사용해야하는 것은 아니라 보통 GSM 3가지 품종으로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하지만 13가지 품종을 모두 활용해 풍미가 뛰어난 샤토네프 뒤 파프를 빚는 생산자가 샤토 라 네르뜨(Chateau La Nerthe)입니다. 문헌상 기록에 따르면 이 와이너리는 1565년부터 샤토네프 뒤 파프에 포도나무를 심은 유서깊은 와이너리로 사실 그 이전부터 와인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왕 루이16세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왕가와 귀족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미국의 유명한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토 라 네르뜨는 샤토네프 뒤 파프에서 단 하나의 진정한 샤토(Chateau de la Nerthe, The Only True Chateau in Chateauneuf du Pape)”라고 극찬했다는 군요.

뀌베 데 까데(Cuvee de Cadette)는 2000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7위에 올랐고 샤토네프 뒤 파프 루즈(Chateauneuf du Pape Rouge)는 2002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중 와인 9위를 기록한 화려한 수상실적이 와인의 품질을 말해줍니다.

​한국을 찾은 샤토 라 네르뜨 수출 매니저 크리스토프 브리스티엘(Christophe Bristiel)
한국을 찾은 수출 매니저 크리스토프 브리스티엘(Christophe Bristiel)을 만나 이처럼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샤토 라 네르뜨는 현재 나라셀라가 수입합니다. 그는 오랜 양조 역사를 지닌 전통과 13가지 품종을 모두 사용하는 양조법, 그리고 포도나무의 수령을 중요한 원동력으로 꼽았습니다. “샤토 라 네르뜨는 평균 수령이 50년이며 100년이 넘은 올드바인도 사용해요. 일반적으로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4∼5병, 최대 10병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하지만 샤토 라 네르뜨는 포도 한 그루에서 단 한병의 와인만 생산한답니다. 가지치기를 통해 포도송이를 줄이고 엄격한 선별을 통해 응축미가 뛰어난 포도만 사용하죠”. 그는 또 다양성도 중요한 이유로 들었습니다 “샤토 라 네르뜨의 포도밭 규모는 90ha로 샤토네프 뒤 파프에서 가장 큰 하나의 단일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토양과 미세기후때문에 다양성이 풍부한 와인들을 만들수있답니다”.

샤토 라 네르뜨 샤토네프 뒤 파프 블랑
샤토 라 네르뜨는 다른 생산자보다 화이트 와인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보통 샤토네프 뒤 파프 생산자들은 전체 면적의 4~5% 정도만 화이트 품종을 재배하지만 샤토 라 네르뜨는 90h중 10h에서 블랑을 생산할 정도로 수준 높은 화이트 와인 생산을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샤토네프 뒤 파프 블랑(Chateauneuf du Pape Blanc)은 루산 40%, 그르나쉬 블랑 30%, 끌레렛 20%, 부르블랑 10% 입니다. 우아함을 좌우하는 주품종 루산만 오크통에서 발효합니다. 최대한 자연산을 살리기 위해 젖산 발효를 하지 않습니다. 주로 흰꽃과 배 등 흰과일, 허브, 아니스 향이 주를 이루는 데 시간이 지나면 밀랍향과 꿀, 인동초, 덖은 차햐이 피어 오릅니다. 와인 잔을 비우고 잔향을 맡으면 가을 낙엽 같기도 하네요. 10년 정도 숙성이 가능한데 숙성이 되면 트러플이 들어간 음식과 페어링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 빈티지 와인은 치킨 등 가금류와 좋은 마리아주를 보여줍니다.

​샤토 라 네르뜨 샤토뇌프 뒤 파프 루즈 2013
샤토뇌프 뒤 파프 루즈(Chateauneuf du Pape Rouge)는 2013과 2005 두 개의 빈티지를 테이스팅했습니다. 포도 비율에서 다른 생산자와 큰 차이가 납니다. 샤토네프 뒤 파프의 일반적인 블렌딩은 그르나슈 75%, 시라 15%, 무르베드로 5%로 그르나슈가 압도적으로 많고 무르베드르는 양념처럼 사용해요. 하지만 샤토 라 네르뜨는 그르나슈는 45% 정도만 넣고 시라 30%, 무르베드르 20%, 나머지 품종들을 5% 사용합니다. 다른 생산자보다 시라를 두배 가까이 많이 사용하는 셈이죠. 그르나슈는 와인에 무르익은 풍만함을 주고 시라는 향을 더하는데 백후추, 흑후주, 제비꽃, 장미향 등을 부여합니다. 무르베드르 강한 향신료과 신선한 느낌을 주고 탄닌이 높아 장기 숙성에 관여합니다.

루즈 2013은 검은 체리, 붉은 야생 딸기, 감초 등 달콤한 향신료가 잘 어우러지면 복합미도 도드라집니다. “포도 품종을 13가지 모두 사용하면 와인은 복합미가 좋아지죠. 샤토 라 네르트 와인은 엘레강스, 밸런스, 컴플렉스로 정의 할 있어요. 13가지 품종 모두 사용하는 이유, 화이트 와인을 많이 만드는 이유, 블렌딩때 시라를 많이 만드는 이유는 모두 결국 떼루아로 귀결되지요. 모든 유형의 떼루아가 존재하다 보니 13가지 품종을 포도밭에 맞춰서 심을 수 있어요. 그래서 화이트도 만들수 있는 거죠. 주로 북론에서 만드는 시라도 잘 재배가 된답니다. 포도밭에는 지하수가 풍부해 더운 연도에도 포도가 지나치게 과숙되지 와인은 밸런스를 갖게 되죠”. 

샤토 라 네르뜨 샤토뇌프 뒤 파프 루즈 2005
2005년은 프랑스 전역이 탁월한 와인을 만든 그레이트 빈티지라는 군요. 굉장히 건조한 미스트랄이 특히 강하게 불어 포도의 수분이 줄었고 평년보다 알이 작고 껍질 두꺼워 탄닌이 높은 포도가 생산됐습니다. 덕분에 숙성된 와인에서 올라오는 젖은 흙, 낙엽향 등이 잘 느껴지고 민트 등 허브향도 뛰어납니다.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더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탄닌은 조밀하고 실키하게 바뀌었네요. 

샤토 라 네르뜨 샤토뇌프 뒤 파프 뀌베 까데뜨 2013
샤토뇌프 뒤 파프 뀌베 까데뜨(Chateauneuf du Pape Cuvee Cadettes)는 100년 넘은 그르나슈로 만듭니다. 그르나슈는 최소한 30년은 돼야 좋은 와인을 빚을 수있는데 올드바인일때 아주 탁월한 와인이 탄생합니다. 이 와인은 매년 생산하지 않고 포도 아주 좋을 때에 4000병 정도만 생산하는 아이콘 와인입니다. GSM을 비슷한 비율로 블렌딩하며 처음에는 부드럽고 미려하게만 느껴지지만 강건한 구조와 피니쉬가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숯불갈비, 불고기, 양고기 등과 잘 어울립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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