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와우리] 지금은 북핵에 더욱 결연해야 할 시점

관련이슈 세계와 우리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12-07 21:08:06 수정 : 2017-12-07 21:13: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北·美회담, ICBM 위협 제거하고 / 현재수준 핵 동결로 전개된다면 / 우리의 입장에선 최악 시나리오 / 위기에 처할수록 더 견고해져야 전례가 없는 북한발(發) 핵미사일 위기에 직면해 관점과 입장에 따라 다양한 전망과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분석의 이념적 및 정책적 스펙트럼은 매우 광범위해 우리 정부와 한·미동맹이 이러한 입장을 잘 추슬러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특히 9월 3일 6차 핵실험 이후 한동안 북한의 도발이 잠잠해지자 미 국무부는 직접 나서서 ‘60일’간의 도발 부재(不在)는 대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동으로 볼 만하다는 희망 섞인 진단을 내리기까지 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29일 감행된 북한의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실험은 북핵 문제 앞에서 왜 한국과 국제사회 모두가 더욱 결연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실험 이후 등장한 북한의 발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발사실험 직후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의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완수됐다는 주장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화성 15형’ 미사일의 과학적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않다. 탄두 무게 경량화의 문제는 물론 핵심적 논쟁의 하나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역시 우리 정보기관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의 군사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주장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단언키는 어렵지만, 서두름의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 정치학
첫째, 대북한 경제제재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경제제재가 북한의 핵 포기를 불러올 수는 없겠지만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경제적 고통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대미 협상의 모멘텀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은 이유가 충분히 있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통한 해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창올림픽까지 외교적 모멘텀으로 잘 활용할 수만 있다면, 북한의 입장에선 비핵화라는 강압적인 요구를 무시하면서 유리한 대화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구소련의 경우에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수십년에 걸쳐 확보됐다. 김정은정권이 미사일 개발을 위해 아무리 속도전을 낸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핵과 미사일 완성의 9부능선에서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 최소 수년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더이상 김정은식 ‘핵 무력 비전’은 북한 국내적으로 효력을 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또한 충분한 서두름의 이유가 된다.

북한의 도발이 이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전 일이고 한반도 위기의 굴곡이 깊으면 깊을수록 우리 정부의 자율성은 설 땅을 찾기가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잘할 수 있는 ‘평화 노력’ 역시 좀처럼 추진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주장의 배경에는 이처럼 복잡한 사정이 있음이 분명하다면, 이럴 때일수록 북핵 문제 앞에서 우리의 자세는 더욱 결연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스캔들 얘기가 다시 불거지는 듯한 양상이다. 혹시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에 변화가 생긴다면 북핵 문제에 중심을 잡아야 할 주체는 바로 우리 정부이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는 한 남한 주도의 통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미래 언젠가의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갈구하고 있다면, 비핵화가 전제가 되지 않은 대화를 위해서는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상세한 외신의 보도도 있었지만, 북한은 올 초부터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매우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만에 하나라도 ICBM 위협을 제거하고 현재의 핵 능력 수준에서 무력을 동결시키는 방향으로 북·미회담이 전개된다면 이는 우리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위기의 파도가 높을수록 우리 스스로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 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