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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상처 보듬는 남과 북의 여자

입력 : 2017-12-07 20:54:14 수정 : 2017-12-07 2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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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손병조 감독의 ‘련희와 연희’ / 새터민·가출 여고생의 자아찾기 통해 / 대안가족의 삶·평화염원 메시지 던져
작가 출신의 최종구, 손병조 감독이 공동 연출한 ‘련희와 연희’는 탈북 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새터민 김련희(이상희)와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해 가출한 여고생 김연희(윤은지)의 상처 보듬기를 통한, 대안가족의 탄생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련희는 북한을 탈출하다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무거운 죄책감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듯 살아간다. 어느 날 그런 련희 앞에 나타난 열일곱 살 김연희는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훔치다 련희에게 들키고 만다. 련희는 가출소녀 연희가 “아빠가 누구인지는 낳아 봐야 안다”는 아이를 배고 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하지만 련희는 자신의 삶 속으로 갑자기 날아든, 작은 새 같은 연희를 통해 오랫동안 지고 있던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며 새 삶을 시작할 희망을 발견한다.

두 감독은 단순히 새터민의 남한 정착기를 그리는 게 아니라 영화를 통해 남과 북, 여성들의 자아 찾기와 연대의 의미를 표현해 낸다. 사회에서 약한 자들도 크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은 분명 모두에게 살 만한 세상일 것이기에,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큰 나라가 잘사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주인공 ‘련희’를 남한사회에 수용되어 보호받는 수동적이자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베푸는 능동적 존재로 드러나기를 시도한다.

‘련희’와 ‘연희’는 한자로 같은 글자를 쓰는 같은 이름이지만, 남북이 분단된 현재 각각 다르게 발음되며, 이름의 동질성과 차이로 인해 남북이 분단된 현실을 상징한다. ‘련희와 연희’가 제목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일부가 주최한 ‘평화와 통일 영화 제작지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중편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탄생된 작품이다. 역대 공모전 수상작 가운데 옴니버스 영화로 개봉한 작품들은 있지만, 장편으로는 유일하게 극장 개봉하는 영화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 저예산영화 개봉지원작으로도 뽑혔다.

련희를 연기한 이상희는 연극 ‘스프레이’, ‘유리 동물원’, ‘독고다이 원맨쇼’ 등에 출연했다. 연희 역을 맡은 윤은지는 신예답지 않게 깊은 내면연기를 선보인다. 14일 개봉.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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