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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날 봄과일이라 했던가 … 겨울이 ‘베리 굿’

입력 : 2017-12-05 20:56:27 수정 : 2017-12-05 2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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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상큼 딸기철이 돌아왔다
“딸기, 이제 겨울 과일로 불러주세요.” 한 세대 전만 해도 딸기는 봄이 도착했다는 신호였다. 요즘은 인식을 바꿔야 할 듯하다. 지난 10년 사이 딸기의 정체성이 봄 대표 과일에서 겨울 과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품종 변화와 재배 기술 발달로 딸기의 출하 시기가 11월로 훌쩍 앞당겨졌다. 맛이 가장 좋은 ‘전성기’도 한겨울로 옮겨왔다. 그래서인지 지난달부터 시중 대형마트에서도 딸기가 과일 매대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 역시 12월부터 딸기 뷔페를 시작하며 이런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품종 변화 영향… 딸기 맛 12∼2월이 가장 좋아

혹한에도 향긋한 딸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품종 변화다. 지난 10년 사이 딸기 대표 품종이 일본산 ‘육보(레드펄)’에서 겨울 수확이 가능한 국산 ‘설향’으로 바뀌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대영 박사는 “2005년 논산딸기시험장에서 설향을 육성했다”며 “이른 겨울 수확이 가능하고 수확량이 많은 데다 흰가루병 등 병해충에 강하다 보니 이후 시장 점유율이 83%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자연히 출하 시기도 겨울로 앞당겨졌다. 농가 역시 경쟁 과일이 많은 봄보다 겨울 출하를 선호했다. 설향의 등장으로 딸기 맛이 최고인 시기도 12월에서 1월, 넓게 잡으면 2월까지로 이동했다. 설향 등장 이전 주로 재배한 ‘육보’는 특성이 달랐다. 김 박사는 “육보는 2월 중순이 넘어야 출하됐고 재배법도 이에 맞게 반촉성 재배로 다소 늦게 수확하는 방식이었다”며 “이 때문에 10년 전만 해도 딸기는 봄철 과일이었다”고 전했다.

재배 기술의 발달 역시 영향을 미쳤다. 김 박사는 “1970, 80년대에는 주로 노지에서 길렀기에 5, 6월 사이가 주 출하 시기였다”며 “시설 재배로 넘어오면서 시기가 조금 당겨져 빠르면 2, 3월 출하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품종 변화가 더해지자 딸기가 추위를 뚫고 시중에 나올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는 작황이 좋아 시중에서 딸기를 자주 볼 수 있다. 김 박사는 “보통 11월에 이만큼 물량이 안 나왔는데 올가을 일조량이 나쁘지 않다 보니 생산량이 늘고 가격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홍보실 역시 “올해 작황이 좋아 산지 물량이 20∼30%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의 딸기 디저트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딸기 디저트들.
◆특급 호텔들 앞다퉈 딸기 뷔페… 규모 커지고 다양화

특급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딸기 뷔페를 선보이는 흐름 역시 ‘딸기의 겨울과일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1일부터 딸기 디저트 뷔페 ‘올 어바웃 스트로베리’를 운영하고 있다. 특 1급 호텔 중 가장 빠른 행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 역시 캐주얼 바 모모바에서 1일부터 실속형 딸기 뷔페를 진행하고 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는 오는 16일부터 딸기 디저트 뷔페 ‘베리 베리 베리’를 운영한다. 워커힐·인터콘티넨탈 호텔도 1월 중 딸기 뷔페를 시작한다.

호텔 딸기 뷔페는 매년 규모가 커지고 시기가 빨라지는 추세다. 2007년 국내에서 처음 딸기 뷔페를 시작한 인터콘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첫해에는 디저트 뷔페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썩 잘 되지 않았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매년 성황”이라며 “예전에는 2월부터 시작했는데 1년에 한 주씩 앞당겨지더니 이제 12월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관계자는 “요즘은 고객이 먼저 11, 12월에 전화해 언제 딸기 뷔페를 진행하는지 물어볼 정도”라고 귀띔했다.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뷔페 내용도 진화하고 있다. 딸기가 아무리 좋아도 달달한 디저트만으로는 쉽게 질린다. 디저트에 지갑을 열기 주저하는 실속파 고객에게 소구하기에도 약하다. 이 때문에 각 호텔은 주먹밥, 우동국물, 샌드위치, 스시 등 메뉴 구성을 다양화해 디저트 뷔페에서 식사 해결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디큐브시티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떡볶이가 인기가 많아 올해는 여기에 피자·핫도그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측 역시 “좀더 다양한 메뉴를 넣어달라, 식사 대용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고객 목소리가 많아 이를 반영하려 한다”고 전했다.

캐릭터 상품을 결합해 차별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디큐브시티 호텔은 올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토끼 캐릭터인 미피와 협업해 원화와 조각품을 전시한 ‘미피 갤러리’를 설치했다. 딸기 뷔페에 열광하는 고객층은 단연 20·30대 여성이다. 인터콘티넨탈 관계자는 그 요인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만족감)가 많이 거론된다”며 “특급 호텔에 와서 4만, 5만원대로 2시간 동안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며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행사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도 뷔페를 찾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느는 데 한몫했다. 이 관계자는 “2, 3년 전부터 고객들이 각 호텔의 딸기 뷔페를 방문해 비교한 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며 “소셜 미디어에 ‘여기 갔다 왔다’고 얘기하기 좋은 콘텐츠다 보니 뷔페 인기가 덩달아 올라가고 호텔 간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딸기가 가진 고급스러움도 사랑받는 이유다. 인터콘티넨탈 관계자는 “딸기 뷔페가 너무 잘 되니, 몇 년 전부터 호텔마다 망고 등 디저트 뷔페를 여럿 했는데 딸기만큼 잘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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