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씨도 인간이기에 스트레스가 없을 리 만무하다. 그는 그걸 술로 풀어왔다. 그러던 박씨가 최근 ‘화병’ 진단을 받았다. 스트레스와 음주 등이 쌓인 탓이다.
박씨는 “스트레스를 주변에 일일이 말하기도 그래서 혼자 꾹꾹 누르면서 술로 푸는 경우가 많았다”며 “화가 나도 그냥 참다 보니 병이 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20∼30대 직장인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잦은 회식과 야근으로 ‘저녁 있는 삶’은 언감생심이고 많은 스트레스에 따른 흡연, 폭음으로 젊은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어서다. 기업과 정부, 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남성 흡연율은 19~39세가 46.7%로 40세 이상의 35.0%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월간폭음률’(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 음주)도 20~30대 남성, 여성이 각각 58.2%, 36.2%로 40세 이상 남성(48.8%)과 여성(13.7%)보다 높았다.
중견기업 영업사원 백모(32)씨의 생활은 이 같은 ‘건강불량 생활’의 종합판이다.
그는 1주일에 4번 정도 술을 마시며 회식이나 업무 술자리가 없을 땐 ‘혼술’이라도 즐긴다.
백씨는 “스트레스를 딱히 풀 데가 없다 보니 폭음이 잦고 담배도 늘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이면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올 하반기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다. 입사 이후 부여받은 가장 큰 업무다 보니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그래서인지 석 달 전부터 생리가 멈췄다. 소화 불량에 어지럼증까지 겹쳐 병원에 갔더니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의사가 극심한 스트레스가 생리불순의 원인이라며 난임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홧병으로 한방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지난해 285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1년 1867명에서 53%나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직장 문화의 변화 등과 함께 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윤영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과)는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을 위해 일회성 건강검진 정도만 제공하고 있다”며 “기업이 체계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또한 직장인들의 건강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호신 고려대 간호대 교수는 “우리나라 직장인 건강문제는 개인, 회사, 정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미국에선 회사에서 당뇨병관리프로그램을 시행하면 회사의 건강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데 국내에도 이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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