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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재인케어의 과제②

입력 : 2017-11-29 14:53:02 수정 : 2017-11-29 14: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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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09~2013년 우리나라 의료비 실질 증가율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6%의 9배에 달할 정도로 가장 빠르게 증가해왔다. 같은 기간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투입해왔던 공공재원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해 왔다. 결과적으로 2005년부터 보험료와 세금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빠르게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증가율이 워낙 빠르다 보니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과거 10년 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문제의 중심에는 비급여의료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해결하고자 성형, 미용시술 등 순수한 선택의료를 제외하고 모든 비급여의료를 급여의료로 전환해 정부가 직접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와 진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하겠다는 일명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과거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못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역사상 가장 큰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과제도 상당하다. 우선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가 급여의료에 한해서 의료행위와 진료비의 적정성을 관리해 온 반면 비급여의료는 모든 의사결정권을 의료공급자에 위임해 왔기 때문에 의료기관 입장에서 비급여의료는 수입의 원천이었다. 물론 정부는 급여의료의 수가도 현실화하겠다고는 하지만, 과거처럼 가파른 의료비증가를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의료공급자의 수입 감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의료계의 반발이 걱정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반발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30조1000억원을 투입하면 문재인 케어를 실현할 수 있으며, 필요재원의 상당 부분을 국민건강보험의 누적적립금과 국고 보조금의 증액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인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원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급여진료비의 규모이며, 정부는 비급여진료비를 12조1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비급여진료비 추산은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와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과소추계를 지적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보도 해명을 통해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기반을 둔 수치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12조1000억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한 것으로 현재 활용 가능한 자료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2015년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급여대상 진료비용을 비급여로 처리해 의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건수가 2012년 기준 세 개의 대학병원에서만 39만 건을 상회한다. 세 개의 병원에서만 그것도 대학병원의 실태가 이러한데 과연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료기관이 비급여의료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했을 것이라 믿기 어렵다.

비급여의료는 의료기관이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의 진료비로 환자에게 청구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정부는 설문조사 자료에만 의존해 파악하고 있는 비급여진료비 규모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가지고 많은 경우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향후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급여의료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며, 만약 비급여진료비가 정부의 예측을 훨씬 상회할 경우 정부의 선택은 의료기관의 수입을 더 경감시키거나 국민의 부담을 확대하는 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약점은 근시안적인 재정 계획에 있다. 당분간은 국민건강보험의 누적적립금과 국고 보조금의 증액을 통해 국민의 부담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설득하지만 국고 보조금의 증액은 보험료 부담만 아닐 뿐 다른 종류의 부담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를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의 재정부담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당장은 누적적립금을 활용한다지만, 누적적립금이 소진된 이후의 필요재원은 어떻게 조달할지 우려된다.  

정부의 '2016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 확대는 원하지만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즉 복지는 원하지만 재원부담은 싫어하는 눔프(Not-Out-of-My-Pocket) 현상이 만연하다. 당장은 문재인 케어를 통해 보장률이 확대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향후 생각보다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면 국민적 저항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5년 동안 국민들의 추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득보다는 장기적인 부담을 제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케어의 필요성을 인지시켜 국민으로부터 진실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문재인 케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장기재원에 대한 투명한 정보전달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의료기관의 협조를 요구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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