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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의 숲… 일상에 지친 삶을 위로하다

입력 : 2017-11-24 10:00:00 수정 : 2017-11-22 21: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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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아름다운 숲 대상 받은 ‘서귀포 치유의 숲’
기온이 뚝 떨어진 숲에는 청량한 기운이 가득했다. 몸과 마음에 와 닿는 숲의 느낌이 쾌적했다.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이 생명의숲·유한킴벌리·산림청이 주최·주관하는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아름다운 생명상’을 받았다.

지난 19일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담고 있는 치유의 숲을 찾았다. 1100도로를 따라 산록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다시 돈내코 방면으로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숲에 가서 그 기운을 흠뻑 마셔라. 

햇빛이 나무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것과 같이 자연의 평화가 우리에게 흘러들어올 것이다. 바람이 신선함을 그리고 에너지와 열정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치유의 숲에는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이자 자연보호운동의 선구자 존 뮤어의 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생명의숲·유한킴벌리·산림청이 선정한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임성준 기자

치유의 숲은 서귀포시 산록남로 2271 시오름 일대 국유림 174㏊에 조성돼 지난해 6월 개장했다.

해발 320∼760에 있는 이 지역에는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골고루 분포한다. 평균 수령 60년 이상 된 빽빽한 편백과 삼나무숲이 인상적이다. 숲길 총 길이는 15㎞다. 각 숲길은 0.6∼2.1㎞로 1∼3시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짧게 조성됐다.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품에서 경험하는 숲 체험의 치유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독특한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숲길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모든 탐방객은 사전 예약에 의해 산림치유지도사와 마을힐링해설사와 동행해야 한다. 개인탐방은 불가능하다. 올해 1월 유료화와 사전예약제 실시 이후 지난달까지 5만여명이 다녀갔다. 주중 300명, 주말·휴일 600명으로 1일 방문객을 제한하고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1회당 선착순 10명으로 제한하고 3시간 정도 체험을 한다. 맨발로 숲길 걷기, 탁족, 명상, 호흡, 스트레칭 등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숲의 기운을 받아 활력을 얻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힐링센터 치유실에서 명상과 함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영귤차를 마시며 숲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른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아이들은 숲 놀이를 경험하는 ‘가족 산림치유’, 직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직장인 산림치유’, 숲에서 맘껏 걷고 자연과 교감하는 ‘일반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 구분한다.

특히 감정노동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다. 조용선 산림치유지도사는 “산림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이라고 소개했다. 숲길힐링 프로그램은 마을힐링해설사와 동행해 치유의 숲이 들려주는 문화, 자연의 이야기를 듣고 편안하게 쉬며 숲길을 걷는 프로그램이다.

치유의 숲은 제주 사람들의 삶과 역사와 문화를 잇고 있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산림녹화 차원에서 조림이 이뤄졌다. 그 무렵 이곳은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던 화전 터였고, 그 뒤는 목장 터였다. 집 터와 화덕, 돗통시(제주의 옛 돼지우리 겸 화장실) 터 등 마을 흔적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어로 이름 붙인 다양한 치유숲길은 이색적이다. 숲 입구에서 힐링센터까지 이어지는 가멍오멍(‘가면서 오면서’라는 의미의 제주어) 숲길(1.9㎞) 입구에는 치유공간으로 노고록헌(여유있는)숲과 목을 축일 수 있는 치유샘이 조성돼 있다. 휠체어를 타는 보행 약자가 삼림욕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도록 경사가 완만한 ‘무장애 숲길’이 있다. 보행약자용 족욕기도 설치됐다.

가베또롱(가뿐한) 치유숲길(1.2㎞)은 제주 목축문화 유적인 잣성을 옆에 두고 걷는 길로 제주의 옛 이야기가 숨어있다. 벤조롱(산뜻한) 치유숲길(0.9㎞)에서는 계곡 길이 많은 코스이자 편백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으며, 초록빛이 몸과 마음에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준다

해녀가 물질하다가 물 밖으로 나와서 내뱉는 숨소리를 일컫는 숨비소리 치유숲길(0.7㎞)에는 붉가시나무 군락이 있어서 봄에는 숲 바닥에 떨어진 상록수의 낙엽을 볼 수 있고 가을·겨울에는 도토리를 주워 만져볼 수 있다.

오고생이(있는 그대로) 치유숲길(0.8㎞)은 예로부터 활용된 돌길이 주는 고즈넉함이 보존된 코스다. 호흡, 나무 안아보기, 숲 향기, 손 마사지 등 치유 공간이 조성돼 있다. 쉬멍(쉬면서) 치유숲길(1.0㎞)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단풍나무 군락이 있으며, 붉가시나무의 도토리도 정겹다.
마을 주민들이 지역의 건강한 맛을 담아 만든 도시락인 ‘차롱치유밥상’.

엄부랑(엄청난) 치유숲길(0.7㎞)은 거대한 삼나무 군락지가 있어서 숲의 신비로움을 느끼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가족 치유 프로그램 공간인 ‘엄부랑숲’이 이 코스에 있다. 아름다운숲 대상을 받게 한 숲이다. 산도록(시원한) 치유숲길(0.6㎞)은 돌계단과 계곡을 끼고 있으며 음이온이 가득하다. 오감 열기, 숲 속 야외공연, 산림교육 등이 진행되는 치유공간 산도록숲이 마련돼 있다. 시오름 등반 초반부인 놀멍(놀면서) 치유숲길(2.1㎞)에는 스트레칭, 맨발 걷기, 피톤치드 샤워를 만끽할 수 있는 놀멍편백숲이 있다.

하늘바라기 치유숲길(1.1㎞)은 푹신하고 완만한 경사로로 낙엽수림과 삼나무, 편백숲의 다양한 경관을 느낄 수 있다. 치유공간인 하늘명상숲에서는 복식호흡과 명상 등을 하면 좋다. 치유의 숲은 승용차로 서귀포 시내에서 15분, 중문관광단지에서 20분, 제주공항에서 50분 정도 걸린다. 예약 문의는 치유의숲 방문자센터(064-760-3067∼8)로 하면 된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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