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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때가 되면 그 곳으로 돌아가는가?

입력 : 2017-11-17 19:49:17 수정 : 2017-11-17 19: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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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8일간 먹지도 쉬지도 않고
南으로 이동하는 ‘큰뒷부리도요새’
떠나갔던 자리로 되돌아오는 본능
동물 귀소성과 그 메커니즘 규명
집이 갖는 진정한 의미 되짚어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이경아 옮김/더숲/1만8000원
귀소 본능/베른트 하인리히 지음/이경아 옮김/더숲/1만8000원


봄과 가을이면 한국을 가로지르는 ‘큰뒷부리도요새’는 나그네새로 불린다. 이 새는 주로 북극에서 번식을 끝낸 뒤 여름과 가을 사이 뉴질랜드나 호주로 돌아간다.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마친 큰뒷부리도요새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향하는 데 꼬박 6∼9일이 걸린다. 이들 무리의 암컷 한 마리는 8.1일 만에 남쪽으로 1만1680㎞를 이동했다. 이들은 이동하는 동안 먹이는커녕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 이렇게 비행을 마치고 뉴질랜드나 호주에 도착한 이들의 체중은 출발하기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있다.

신간 ‘귀소본능’은 ‘우리는 어떻게 집을 찾아내고 이를 자기 집으로 인식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인 베른트 하인리히(77)는 자연이 선사한 행복과 치유의 본능인 ‘귀소’ 메커니즘을 규명하면서, 인간과 수많은 동물의 삶을 가능케 하는 집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다.

큰뒷부리도요새는 남쪽으로의 비행에 앞서 자신의 체중을 2∼3배까지 늘린다.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과도비만의 상태로 비행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은 한번도 쉬지 않고 하루 평균 1500㎞를 날아간다. 이처럼 놀라운 비행 도중 이들은 체지방은 물론 근육과 기관을 수축시켜 얻은 단백질까지 모두 써버린다. 새들이 계속 비행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뇌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신체 부분이 소진되는 셈이다. 

귀소 본능을 가진 큰뒷부리도요새는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쉬지 않고 비행한다.
더숲 제공
저자는 큰뒷부리도요새가 무리한 비행을 하면서까지 남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왕성한 식욕과 비행에 대한 욕구를 바탕으로 환경적 조건에 따라 귀소성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느낀 절박한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이동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둘째는 ‘집에 대한 애정’이다. 저자는 “큰뒷부리도요새가 의식적인 논리를 앞세워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동물의 행동은 우선적으로 감정에 따른다”고 말한다.

안식을 위해 집으로 회귀하고 싶은 것은 비단 큰뒷부리도요새나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동물의 귀소성이 인간에게도 잠재돼 있다고 본다. 동물 생태계의 순환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던 저자는 자신의 퇴임을 앞두고 귀소성에 이끌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의 귀향을 고민한 것이다. 

회반죽을 이용해 공간을 에워싼 형태의 새집.
저자는 이러한 귀소성을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고, 그렇게 찾아낸 곳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만들고,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이라고 정리한다.

문명의 시대에도 찬탄을 자아내는 동물의 귀소 메커니즘에는 인간에게는 부족한 감각 능력과 신경 처리 과정이 포함돼 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동물마다 고유한 양식을 보이는 집짓기를 주목한다. 세대 간 공통분모를 만드는 수단이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생활 양식을 끌어낸다는 점에서다.

책은 보금자리로 돌아오고자 극한 비행을 감수하는 큰뒷부리도요 못지않게, 아비새처럼 보금자리를 지켜내고자 위험도 마다치 않는 동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귀소성을 탐구하는 일은 동물의 양태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진화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어떠한 생존 방식이 효과를 거뒀는지, 일종의 검증을 거쳐 후대로 전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집이 단순한 공간 이상의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동물에게도 보금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숨 쉬는 공기, 그릇에 담긴 먹이와 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이 결핍된 우리에 동물을 가둘 때, 수많은 동물 종에게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는 서식지를 파괴할 때조차 인간은 동물의 ‘집’에 대해 별생각이 없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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