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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쇼핑 폭풍성장에 깜짝…"온라인 금맥 잡자" 무한경쟁

입력 : 2017-11-19 14:02:13 수정 : 2017-11-23 14: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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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쟁터 된 전자상거래 시장 / 中 알리바바 ‘광군제’ 광풍… 하루 매출 28조 / 글로벌 회원만 1000만명… 무서운 성장세 / 구글, 자체 쇼핑몰에 프리미엄 배송시스템 /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도 시장 진출 눈독
중국의 연중 최대 온라인 할인판매 행사인 ‘광군제’(光棍節)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광풍’(狂風)을 일으켰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을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지난 11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매출액 1682억위안(약 28조120억원)을 기록했고, 중국 2대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인 징둥닷컴은 1271억위안(약 21조1670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았다. 두 업체의 하루 거래액만 50조원에 육박한다. 이어 오는 24일엔 미국의 최대 할인판매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열리고, 27일엔 온라인 중심의 할인행사인 ‘사이버 먼데이’가 진행된다. 북미 최대의 할인행사인 블랙 프라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84억달러(9조2860억원)였다.


이러한 연말 쇼핑 이벤트는 전자상거래가 얼마나 큰 시장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온라인 쇼핑은 상거래의 핵심이 됐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 영역과 국경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페이 서비스, 플랫폼 경쟁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핫한 이슈들도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과 맥을 같이한다.

◆거대 IT 기업의 전쟁터 된 전자상거래 시장

광군제 열풍을 몰고 온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어 강사 출신의 마윈이 1999년 창업할 당시 무명기업이었던 알리바바는 현재 매일 1억명 이상이 찾는 전 세계 최대의 전자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밖의 글로벌 회원도 1000만명이 넘는다.

알리바바가 비교적 단시간 내에 세계 최대의 온라인 상거래 기업으로 떠오른 건 남다른 사업 전략 덕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타오바오’는 판매상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제품 검색 시 해당 결과를 상단에 띄워주는 대가로 광고비를 받았다. 일부 운영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거의 무상으로 제품 판로를 찾게 된 중소기업들이 대거 타오바오에 몰렸고,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의 방문도 함께 늘어났다. 이에 발맞춰 자연스럽게 광고 수익도 늘어났다.

알리바바는 이를 발판으로 2008년엔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대신 상품의 공신력을 높인 티몰을 추가로 문 열며,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다.

알리바바의 깜짝 놀랄 성장을 지켜본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중국의 텐센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텐센트는 징둥닷컴의 지분 21.25%를 확보한 최대 주주로 단숨에 전자상거래 시장의 큰손이 됐고, 올해 4월에는 중고 거래 플랫폼인 ‘좐좐’에 2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텐센트는 특히 9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선두를 노리고 있다.

중국에 알리바바가 있다면, 서구권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선구자인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쇼핑 검색 광고 노출과 입점 업체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데 더해 직접 물건을 구매해 판매하기도 한다. 미국의 월마트와 같은 전통적 거래 방식을 일부 접목한 셈이다.

IT 업계에선 아마존의 최대 경쟁자로 소매유통업체인 대표 격인 월마트가 아닌 구글을 꼽는다. 구글 자신도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는 아마존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4년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구글의 최대 경쟁자는 빙이나 야후 같은 검색 서비스가 아닌 아마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의 핵심 사업은 다른 검색 서비스 기반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검색 광고다. 그런데 아마존이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검색 광고를 흡수하면서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아마존에 맞서 구글은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구글의 프리미엄 배송 시스템인 ‘아마존 프라임’에 맞서 ‘구글 익스프레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유수의 글로벌 IT 기업들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이 북미와 유럽에서 쇼핑 서비스를 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 내에서 쇼핑할 수 있는 상품보기와 구매하기 기능을 테스트 중이다.

반면 아마존은 자사의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페이서비스 같은 타 분야 진출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와 쇼핑을 연동한 SNS 서비스인 ‘아마존 스파크’를 선보였고, 메신저 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등 기술 우위 경쟁… 오프라인 시장까지 넘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AI와 클라우드는 쇼핑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하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서 보여준다. 이는 또 다른 구매를 유도하는 강력한 장치다. 아마존이 AI 스피커인 ‘에코’를 선보인 것도 자사 검색 서비스의 반경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AI 스피커를 선보인 것도 아마존과의 경쟁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은 AI 스피커를 통해 또 다른 판로를 찾을 수 있지만, 광고를 노출하기 힘든 이 같은 장치는 검색 기업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장에서 한번 뒤떨어지면 다시 뒤쫓아 가기가 쉽지 않다”며 “국내 기업들이 AI 스피커를 내는 것도 시장 트렌드를 쫓아가려는 노력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간편한 페이서비스 역시 자사에 고객을 묶어두는 강력한 장치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이미 국내 시장에까지 진출했고, 텐센트는 위쳇페이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네이버는 물론 삼성전자까지 페이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거대 기업의 경쟁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번 광군제를 통해 판매된 해외 국가 제품 중 한국 제품은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5번째로 많았다. 반대로 광군제를 통해 국내 쇼핑객들이 중국 쇼핑몰을 이용한 사례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IT 업계의 사업 확장은 온라인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다. 알리바바의 물류업체인 차이냐오가 11일 처리한 택배건수는 8억건이 넘는다. 특히 이 업체는 200대의 로봇이 24시간 일하는 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아마존은 드론을 통한 배송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물류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계산대가 필요없는 편의점인 ‘아마존고’를 실험하고 있고 식재료 공급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했으며, 최근엔 도매 약국 면허도 취득했다. 알리바바는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고 있고, 대형 쇼핑몰인 ‘모어몰’도 준비 중이다. 그러지 않아도 전자상거래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기존 유통 기업들의 고심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로아컨설팅 임하니 대표이사는 “미국 뉴욕 5번가 패션거리의 상징과 같은 로드&테일러가 신흥 플랫폼 사업자에게 자리를 내줬다”며 “젊은 층에서 시작된 전자상거래 바람이 40∼50대와 여성으로 확산되면서 기존의 온라인 기업엔 새로운 기회가, 오프라인 업체들에겐 더 큰 시련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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