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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정충보국(精忠報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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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6 21:32:16 수정 : 2017-11-16 21: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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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동서 역사를 보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영웅호걸을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 중국 사람이 지금도 가장 추앙하고 있는 위인 중 한 명이 악비(岳飛)다. 금(金)나라에 당당히 맞선 송(宋)나라의 영웅이다. 악비를 모함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회(秦檜)와 그의 부인 왕천(王天)은 악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나라를 위하는 악비의 단심(丹心)은 그가 지은 시에 오롯이 배어 있다. ‘만강홍(满江红)’이다. 이민족에게 조국강토가 유린당한 것을 가슴아파하고 광복 의지를 불태우며 쓴 글이다. “성난 머리카락이 관을 뚫고 위로 솟구친다.(怒髮衝冠)”라는 말로 시작돼 “옛 강토를 되찾아 승리의 첩보를 임금께 올려야지.(待從 頭 收拾旧山河 朝天阙)”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악비에게 그 어머니는 충성을 다해 조국의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정충보국(精忠報國)’이란 글을 아들의 등에 새겼다. 모전자전이다.

우리나라에도 청사에 빛나는 영웅이 적잖다. “석 자 장검 높이 들어 푸른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바다가 함께 기뻐하네.(三尺誓天 山河動色)”, “단칼에 더러운 무리 깨끗이 쓸어버리니, 산과 바다가 핏빛으로 물드는구나.(一揮掃蕩 血染山河)” 현재 충남 아산 현충사에 소장된 보물 제326호인 이순신 장군의 두 자루 장검에 각각 새겨진 검명, 즉 칼 이름이다. 이 글은 류성룡이 쓴 악비의 전기 ‘정충록’의 발문 속 문장이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했던 ‘설야(雪夜)’는 독립지사의 굳은 소명이 읽힌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

이런 애국충혼이 있어 오늘 대한민국은 어엿한 독립국이자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한국독립군 조국을 찾는 용사로다/ 나가! 나가! / … / 등잔 밑에 우는 형제가 있다/ 원수한테 밟힌 꽃포기 있다/ 어서 가자 조국에.”

광복군가 ‘압록강 행진곡’이다. 온갖 신고(辛苦) 속에서도 조국광복을 꿈꾸며 일생을 헌신한 애국지사의 진한 의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정신을 계승해 ‘제2의 광복’ 평화통일의 등불로 삼아야겠다. 오늘 11월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精忠報國 : ‘충성을 다해 조국의 은혜를 갚는다’는 뜻.

정할 정, 충성 충, 갚을 보, 나라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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