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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지중해] 기항 없는 항해… 크루즈 위에서 느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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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6 10:00:00 수정 : 2017-11-1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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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서 맞는 아침  
크루즈 선상에서 바라보는 바다 일출. 바다에 맞닿아 해가 보인다.
객실로 배달된 선상신문을 통해 배 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인한다. 댄스·요가 등 부족할 것 없는 여가활동, 대극장에서 화려한 쇼가 기다리고 있다. 원한다면 쉼없이 이벤트를 즐길 수 있지만… 하루만큼은 긴장의 끈을 놓고 '쉼을 택한다.

지난 밤, 아쉬운 바르셀로나에서의 짧은 여정을 선상에서의 저녁식사로 달랬다. 훌륭한 스페인 와인과 해산물 요리로 위안을 얻고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오늘의 일정은 ‘쉼’이다. 기항지가 없다. 전일 항해를 하여 다음 목적지인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로 향한다.
크루즈 객실의 모습. 바다 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흔들림 없이 편안한 잠자리를 선사한다.
하루 종일 항해를 한다고 해 아침을 느긋하게 맞는다. 아침식사는 룸서비스로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특급 호텔 룸서비스는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는데 크루즈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무료이다. 어제 저녁 룸서비스 메뉴를 꼼꼼히 읽어 본 뒤, 욕심 내 많은 음식을 주문서에 표기해 문고리에 걸어 두었다.

문고리에 걸려 있는 주문서를 밤 사이 걷어 가서는 다음날 아침,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준다. 때마침 커피 한 잔을 들고 여느 때처럼 발코니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으니 벨 소리가 울린다. ‘어머! 이렇게나 많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한 음식이 객실 내 테이블에 차려진다. ‘도대체 몇 인분을 시킨 건지?’ 종류별로 다 시켜보리라는 욕심에 민망함을 면할 수가 없다. 덕분에 어제 저녁에 이어 아침까지 푸짐한 식사를 즐긴다.

객실 안으로 배달된 선상 신문에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도록 선내의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자세히 안내돼 있다. 특별 쇼와 이벤트로 가득 채워진 신문을 찬찬히 읽다 보니 ‘반값 행사’에 시선이 머문다. 어제 저녁 비싼 요금으로 머뭇거리며 예약하지 못했던 스파 프로그램이 특별행사로 오늘만 ‘50% 할인’이라 하여 전화기를 들어 예약한다. 다행히 한 타임이 가능하다 하여 예약해 두고 다른 뉴스를 읽기 시작한다.

오전 시간에는 헬스클럽에서 진행하는 요가가 있지만 조깅 트랙에서 이루어지는 댄스수업이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하기로 했다. 낯선 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선상에서 제공되는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라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물론 무료라는 말보다 이미 크루즈 비용에 포함되어 있으니 전일 항해하는 오늘 같은 날, 객실에서만 머무는 것은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다.

간단한 복장으로 데크 위로 올라갔다. 남녀노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이다.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동작을 알려주는 강사의 구령에 맞춰 웃고 떠들며 따라하고 있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매력인 강사는 씩씩한 구령소리를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불어, 독어, 영어 차례로 반복한다. 단순히 몇 마디 언어 활용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장 구사력이다. 놀라웠다. 이렇게 각국의 승객들이 승선하는 이곳에서는 최소한 이 정도 언어 능력이 있어야 서비스를 베풀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어설프게 동작을 흉내 내고자 애쓰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옆 자리 꼬마 아이가 빤히 쳐다보며 자길 따라 하라 손짓한다. 저녁시간 큰 상품이 있는 댄스 콘테스트가 열린다 하니 강사가 떠난 자리에서 연습하는 커플들이 보인다.

운동을 마치고 크루즈를 헤매고 다녔다. 다양한 쇼를 관람할 수 있는 대형극장, 카지노, 교회, 나이트클럽, 수영장, 인터넷 카페, 스파, 자쿠지, 헬스클럽, 면세점, 조깅 트랙, 사진관, 예술품 전시관, 도서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24시간 뷔페, 정찬식당 등 첫날 미처 보지 못했던 공간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모든 승객들이 선상에 머무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면세점에서도 특별할인이 진행되고 있다. 평소에는 한적한 상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특별한 서류 작성 없이 선상에서 제공되는 카드로 결제할 수 있기에 쇼핑도 어렵지 않다. 승선 시 작성한 신용카드와 연계된 승선카드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기항지 선택 관광을 결제할 때에도 보여주기만 하면 하선 시 한 번에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기념품은 기항지에서 구입할 수 있어 평상시 입을 수 있는 티셔츠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점심 먹을 궁리를 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어 오히려 고민됐다. 웨이터의 서빙을 받으며 식사하는 정찬 레스토랑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제공되지만 매일 저녁 디너 테이블에서 저녁식사를 하니 굳이 옷을 갖춰 입고 점심시간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뷔페 레스토랑은 격식 없이 가볍게 식사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람으로 붐벼 망설이게 한다. 결국은 피자 카페로 결정하고 이탈리아식 피자와 샐러드로 식사하기로 했다. 점심이라 하우스 와인 한 잔과 함께하니 만족스럽다. ‘할라피뇨’를 피클 대신 주문해 매운맛을 느끼니 김치 대용으로 제법이다.
크루즈 실내 휴식공간에는 티타임에 맞춰 케이크와 간단한 스낵을 제공한다.
비가 내리자 수영장 선베드에서 책을 읽던 어른들은 실내로 들어오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비 내리는 수영장에서 웃고 떠들며 즐기고 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나니 몸이 나른해 다시 데크로 올라왔다.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수영장 선베드에서 책을 읽던 어른들은 모두 실내로 들어오고 어린아이들만 여전히 비 내리는 수영장에서 웃고 떠들며 즐긴다. 어차피 수영복 차림인지라 비 맞는 걸 개의치 않는다. 쌀쌀한 기온 탓인지 어깨가 싸늘해 따뜻한 차를 준비했다. 티타임에 맞춰 케이크와 간단한 스낵이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문화의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루즈에서는 끊임없이 먹을 것이 제공된다. 뷔페는 물론이고 미드 나이트 레스토랑까지 운영된다. 진정한 휴가는 배 속 장기도 쉬어야 할 것 같은데 먹거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손을 내민다.
실내의 행사 시작 전 이벤트 홀. 행사가 시작되면 크루즈 승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빈 자리를 가득 메운다.
오후 내내 소설책과 기항지 안내 여행 책자를 읽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즐겼다. 비가 와서 야외 데크가 조용하다. 하지만 차분한 분위기도 잠시였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자 실내는 또다시 시끌벅적하다. 대극장에서 화려한 쇼와 신나는 음악이 한창이다, 소리는 굳게 닫힌 문을 통과해 들려오고 여닫는 문 사이로 불빛이 화려하게 흐른다. 공연장은 늦은 저녁시간 이후 들르기로 하고 예약해 둔 스파로 향했다. 온몸의 긴장을 털어내고 스파를 마치니 저녁시간이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늘도 입구에서 객실 번호를 묻고 좌석을 안내해준다. 이제는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낯익다. 인사와 더불어 농담도 건넨다. 추천해 준 메뉴에 따라 음식을 기다린다. 매번 이렇게 식사하는 것이 귀찮아 많은 승객이 뷔페 식당에 자리하고 있나 보다. 하루를 선상에서 보낸 시각은 종일 기항지 투어를 한 것과 같았다. 볼거리도 많고 쇼핑거리도 많았다. 드디어 길고 부드러운 해안선을 따라 튀니지 수도 튀니스가 보인다.
출발전 대기하는 MSC스플렌디다호.
크루즈 내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다음 목적지에 도착한다. 아침이 밝자 길고 부드러운 해안선을 따라 튀니지 수도 튀니스가 보인다. 튀니스는 아프리카 최북단에 자리하고 있어 이전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다.
하선하는 승객들을 위한 튀니지인들의 환영인사.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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