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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사회부담 주는 존재 되면 안 돼”…생존에 시름 하는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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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1 07:00:00 수정 : 2017-11-11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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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무능하고 의존적인 존재일까, 여생을 즐기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일까.’

‘고령화 사회’에는 후자쪽 노인이 많아져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노인이 많지 않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 빈약한 사회보장체계는 많은 노인에게 ‘내 한 몸 건사하기’라는 과제를 던져놓았다. 이렇다보니 사회의 중심에서 한 발 물러난 여유를 지닌 노인보다는 생존 문제에 부닥쳐 살아가는 것 자체를 힘겨워하는 노인이 많은 실정이다.

노인들 스스로도 자신을 새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고령화 시대의 노인의 역할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01명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노인의 역할 인식에 관한 조사’를 한 결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노인의 역할이다’는 질문에 91.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일수록 이러한 응답비율이 높았다. 대도시 노인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95%인 반면 중소도시 노인은 91.6%, 농산어촌 노인은 82.7%였다. 도시 노인일수록 전통 가치의 붕괴를 크게 체감하고 살아가야 하는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스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질문에 노인 10명 중 9명(85.4%)이 동의했고 대도시 노인의 응답률은 87.5%, 중소도시 85.2%, 농산어촌 81.6%였다.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해야 한다’에도 노인 10명 중 7명(74.0%)이 ‘그렇다’고 답했다.

홀로서기에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자녀와 이웃을 돕고 싶어하는 노인은 많았다. ‘이웃을 돕는 것이 노인의 역할이다’는 질문에 10명 중 8명(78.9%)이 동의했고 ‘자녀와 손자녀 등 가족을 도와야 한다’에는 67.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노인의 역할 찾아주기’보다는 ‘생존권 확보’에 집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난하게 사는 노인이 많아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정책은 이들 세대의 성장과 역할 부여 등 다양한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년층의 소득 보전에만 집중돼 있다. 노인을 사회적 약자이자 부양해야 할 세대, 복지 시혜자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유엔(UN)은 2002년 발표한 ‘고령화에 관한 마드리드 국제행동계획(MIPAA)’에서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노인을 연금수급자나 보건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만 여기지 말고 노화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의 노인들을 기존의 노인들처럼 사회적 약자 또는 국가 건설·유지의 공로자, 복지 지원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노인들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느낄 수 있도록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주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노후생활 안정대책과 젊은 세대의 부양부담 완화 측면에서 노인집단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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