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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레나강을 가다] 4000㎞ 긴 물길 따라 삶이 흐르고 얼어붙은 강 위에도 희망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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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1 16:56:46 수정 : 2017-11-11 16: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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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하공화국의 젖줄 '레나강' / 바이칼 호수 서쪽서 북극해로 흘러 / 어업·목축·사냥 등 생활 양식 다양 / 강 따라 석탄·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 천연자원의 운송통로 경제 큰 역할 / 겨울 땐 영하 50도까지 떨어져 결빙 / 배 다니던 길로 자동차로 물류 이동 / 키렌스크·비팀·야쿠츠크 주요 항구 / 북부 개척 출발점 지간스크도 연결 / 북극해 항로 세계적 관심 집중 형세 / 온난화로 레나강 결빙기간 줄어들면 / 선박 이용한 내륙 수로 역할 더 중요 / 삼각주·항구개발 가능성 타진 노력을 레나강은 동시베리아 남부인 바이칼 호수의 서쪽에서 출발하여 사하공화국을 관통하면서 북극해로 흘러가는 4000㎞가 넘는 긴 강이다. 상류의 레나강은 야쿠츠크 부근까지 남쪽에서 북동쪽으로 흐르다가, 이곳부터 평지의 하류를 따라 북쪽으로 흐른다.

이 과정에서 지류인 알단강과 빌류이강 등이 레나강에 합류할수록 바다처럼 강폭이 넓어진다. 레나강 유역의 면적은 249만㎢ 정도라고 하며, 특히 북극해와 만나는 레나강 하구에는 약 3만㎢ 넓이의 삼각주가 있다.

레나강에는 4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이 있다. 여름철에 가끔 높은 파고로 보트 운항이 금지되면 선장은 한가로이 낚시를 즐긴다.
레나강은 자연과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골고루 나누어준다. 길고 드넓은 레나강 지역에는 많은 종류의 야생동물과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강을 따라 개발된 석탄, 금,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과 그 운송이 사하공화국 경제에 큰 역할을 한다. 탐사단의 여정은 야쿠츠크에서 동력 보트를 이용하여 강을 따라서 산가르를 거쳐 북극권 최대의 도시인 지간스크까지 이어졌다.

탐사대는 수일 동안을 보트와 강가의 마을, 그리고 섬에서 보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하고, 레나강의 사람들과 사회, 문화와 언어, 그리고 경제적 의미와 한국과의 협력을 위한 가능성을 찾고자 하였다.

레나강은 사하공화국 전체의 운송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레나강에는 본류와 지류를 합하여 다양한 정기항로가 있는데, 주요 항구는 키렌스크를 비롯하여 비팀, 야쿠츠크, 지간스크, 불룬 등이다. 이 레나강의 항구들에 선박을 통하여 여러 재화를 공급할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자원개발을 제외하고도 주로 어업과 사냥 등에 종사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따라서 이곳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이런 모습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그 문화 역시 강을 통해서 서로 전해진다.

레나강은 위도가 높은 지역을 흐르기 때문에, 영하 40~50℃를 넘나드는 겨울이 되면 추위로 인하여 선박이 이동할 수 없다. 상류에서는 10월 말이나 11월 초부터 이듬해 5월 초순까지, 그리고 하류에서는 10월 말부터 6월 초순까지 레나강이 얼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레나강이 꽁꽁 얼어 보트 대신 자동차로 움직여야 한다.
사실 1년 중에서 레나강 상류에서는 약 160일, 그리고 하류에서는 약 120일 동안만 선박이 항행할 수 있다. 선박을 이용할 수 없는 기간에는 레나강 얼음 위를 자동차들이 질주하면서 여름 동안 선박이 하던 일을 대신한다. 이번 탐사대는 보트를 타고 여름 레나강을 항해하였기 때문에 큰 추위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모기와의 싸움 속에서 섬에서의 뜻하지 않은 밤이나 자연, 낚시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탐사대가 잠시 머문 석탄개발을 위해서 만들어진 레나강 유역 산가르에서 채굴된 석탄은 이 강을 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운송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산가르는 육로 운송이 발달하지 못하였다. 1998년 산가르의 석탄 채굴이 종료되면서 이곳은 급속히 쇠락하고 있다. 이곳을 탐사대가 찾을 때는 주로 나이가 많은 분들이 맞이해주었다. 이곳 사람들은 야쿠트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이 많지만, 석탄 채굴과 관련해 멀리서 끌려와 정착한 백인들도 있었다.

동쪽의 베르호얀스크 산맥이 레나강 방향으로 가라앉으며 형성된 섬들을 ‘40개의 섬’이라고 한다. 이 지점에 레나강의 지류들이 흘러들어 섬이 몇 개인지 사실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4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섬들의 이름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섬들은 대부분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바닷가처럼 모래가 많은 백사장은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섬에서 낚시하면서 팔딱이는 철갑상어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탐사대가 어느 섬에 머문 동안 파도가 높아 안전을 이유로 보트의 이동이 금지되었고, 따라서 생각보다 길게 그 섬에서 지내야만 했다. 이 시간에 한가하게 낚시하는 선장의 모습은 갈 길 바쁜 탐사대에게 강제로(?) 재미와 휴식을 주었다. 이런 경우에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방법밖에 없다.

섬에서 발이 묶인 탐사대는 높고 푸른 하늘만 바라보다가, 섬에서의 이틀째 거의 밤이 되어서 급하게 보트를 움직일 수 있었다. 강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추웠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심해졌다.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강폭에, 어둠 속에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추위를 달리는 보트는 강 위에서 맞이하는 탐사대의 새벽 졸음을 약간의 무서움으로 깨웠다. 북위 66도를 넘으면 북극권이라 하고, 이곳부터는 새로운 지형과 기후, 문화가 존재한다고 했다.

레나강의 새벽을 지나서 이 지역 북극권에서 가장 큰 도시 지간스크에 도착하였다. 지간스크는 인근의 행정중심지이며, 레나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류인 스트레칼로프카강에 위치한다. 지간스크는 1632년 러시아의 예니세이 코사크 부대가 겨울 요새를 건설하면서 형성되었고, 현재 인구는 4000명이 못되는 정도라고 한다. 지간스크의 여름 평균기온은 영상 12~16℃인데, 새벽은 6℃ 정도로 싸늘하고 한낮에는 20℃를 넘고 30℃를 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겨울에는 영하 60℃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어서 매우 춥다. 이런 기후에서도 사람들이 적응하여 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간스크는 처음부터 레나강을 따라서 북부를 개척하려는 출발점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이곳에는 행정관청과 함께 초·중등학교와 병원 등이 있으며, 도서관과 문화관도 있다. 새벽의 싸늘함에 지친 탐사대를 기다려준 여인숙 같은 숙소도 있다.

지간스크가 북극권의 거점이기 때문에 교통의 중요성이 높고, 따라서 야쿠츠크를 연결하는 선박을 위한 부두와 공항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레나강에서 철갑상어와 송어 등을 잡는 어업이나 순록 등을 치는 일을 한다. 사람들이 북극여우 등을 기르기도 하며, 늑대와 담비나 곰 등을 사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선박 건조기술의 발전과 기후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의 항로에 세계적인 관심이 있다.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은 레나강으로 흘러서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향후 지구온난화로 레나강의 결빙기간이 단축될수록 선박을 이용한 내륙 수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북극해로 연결되는 레나강 하구의 삼각주 및 항구의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개발의 의지와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서부로 향하는 북극항로의 중간지점이자 레나강을 따라 곳곳에 재화를 전달하는 운송통로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한국과의 교류는 이런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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