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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비장애 공간 지우개] (20·끝) “발달장애인 자녀는 부모 잘못이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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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7 10:00:00 수정 : 2017-11-0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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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장애인재단

자녀가 처음 발달장애 소견을 보이고, 등록까지 마친 당일 부모의 마음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겪어보지 않는 이는 알지 못하는 감정이다. 이를 느끼며 부모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아픈 자녀가 태어났다고 여긴다. 죄책감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결코 부모의 잘못이 아니다.

최근 자폐성 장애의 원인 유전자를 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아직 학계에서도 이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자녀가 장애로 태어난 원인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장애아를 둔 주위 부모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여기는 이가 적잖다. 아마 한동안 또는 평생 동안 그런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장애의 원인이 부모가 아닌 만큼 잘못된 죄책감 속에 깊이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하겠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해요”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문제는 쉽게 인정하고 받아 들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문제인 것이다. 처음 자녀의 장애 소견을 들은 부모는 절망감을 느끼게 되며, 뒤이어 회피와 부정이라는 감정에 전염된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검사를 진행하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할 것이다. 발달장애를 병으로 여기고 완치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아래 다양한 치료를 무한 반복하게 되며, 그렇게 1년, 2년을 보내고 조금씩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게 보통이다.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부모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과 같다. 산에 올라가기는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서야 걸어왔던 길도, 앞으로 가야 하는 길도 보이게 될 것이다. 받아들임이 있어야 장애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고 필요한 치료부터 시작하세요”

병리적으로 발달장애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완치가 되지도 않는다. 완치보다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개념으로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

무작정 좋은 치료라고 해서 무턱대고 진행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신체적, 인지적, 언어적으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한다. 개인마다 먼저 해야 하는 치료가 존재하며, 다양하게 진행하기보다 필요한 것부터 먼저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치료를 하더라도 자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이다. 치료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진행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자녀와 성향이 맞는 치료사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치료사가 자녀에게는 꼭 필요하다.

비용이 비싸고 박사 학위를 받은 경험이 많은 이라고 하더라도 자녀 성향과 치료의 방향이 맞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


◆“유치원부터 성인까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해요”

모르는 길을 걸을 때 두려움은 커진다. 자녀가 가야 하는 길을 처음부터 정확하게 그리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 노력은 필요하다. 초등학교 입학 때 특수학급을 보내야 할지, 아니면 특수학교를 택할 것인지 사전 결정해야 한다. 특수학급을 보낸다면 어느 학교가 평이 좋은지, 특수학급과 특수학교는 어떻게 다른지 등 자녀에게 맞는 교육 형태는 어떤 것인지 먼저 생각해두면 좋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계속 고민해야 하는 탓에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큰 그림이 완성되면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가지치기 기준의 자녀의 성장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에 둬야 한다. 자녀가 부딪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가지치기를 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가지치기를 해 놓으면 문제에 대해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입학한 뒤 반 친구들에 적응하지 못할 우려를 대비하여 사전에 담임교사에게 자녀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지, 반 친구들에게 자녀의 특징과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각각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아이를 오랜 시간 보고 느껴온 부모가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민을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찾으세요”

발달장애라는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일지 모른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리고 주위에 해결을 도울 수 있다는 많은 자료가 있지만 모두 올바른 것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녀가 올바른 길을 찾아가도록 돕기 위해서는 부모 주위에 많은 지원군이 필요하다.

첫번째 지원군은 치료사다. 믿고 의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방향으로 부모를 이끌어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앞으로 만나게 될 많은 치료사 가운데 자녀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방법을 함께 찾는 전문가는 발달장애 부모에게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두번째 지원군은 동병상련 처지의 발달장애 부모들이다.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 이야기하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교감처가 될 수 있다. 힘든 일을 겪을 때 교감을 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힘듦의 절반은 해결이 된다고 하고, 풀어갈 동기가 된다.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 어떤 지원군보다 큰 힘이 될 것이다.


◆“자녀의 삶도 중요하지만 부모 자신의 삶도 중요해요”

발달장애 부모들은 자신의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날마다 가까이서 자녀와 함께해야 하고 걱정하면서 대비하다 보면 자신의 삶은 ‘없어졌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삶도 돌아보고 설계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채 살아가다 보면 에너지는 고갈되고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다. 자주는 갖지 못하겠지만 한달에 하루라도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지 말고, 자신을 돌보고,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기를 바란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김태연 고양온시디움치료센터장

*지난주 기고자의 사정에 따라 게재되지 못한 점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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