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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합격 통보 이젠 넌덜머리"…'알바족' 내몰리는 취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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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5 19:42:37 수정 : 2017-11-06 15: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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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 구직단념자 50만명 육박 / 취준생 서류전형 합격률 18% 불과 / 한 곳도 합격 못한 응시자도 27% / 2018년 최저시급 7530원 사상 최고 / 알바로 생계 '프리터족' 증가 우려 / 전문가들 "인적자원 낭비 불가피"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8·여)씨는 올해 하반기 공채도 씁쓸하게 끝마쳤다. 100여 곳에 지원했지만 서류 합격은 고작 20곳도 되지 않았다. 최종 면접에는 세 군데 올라갔지만, 모두 탈락.

김씨는 “불합격 문자메시지를 받는 게 이제는 넌덜머리가 난다”며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인데,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괴로워했다. 가족에게 탈락 소식을 전하기도 민망하다는 그는 “부모님께 용돈 받는 게 눈치가 보여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대로 ‘알바족’으로 눌러앉을까 싶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7년 하반기 공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김씨처럼 불합격 문자에 지친 취업준비생들의 고통과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난으로 끙끙 앓고 있다.


5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 하반기 신입공채에 지원한 취업준비생 704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확인한 결과 취준생들의 올해 ‘서류전형 합격률’은 17.6%에 불과했다. 여섯 군데 중 한 곳꼴로 겨우 합격한 셈이다. 지원한 기업 서류전형에 모두 탈락해 ‘서류전형 올킬’을 당했다는 응답자 역시 27.0%로 높게 나타났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과 잇따른 취업 실패로 사실상 취업을 포기하는 ‘구직단념자’는 50만명에 육박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구직단념자는 48만3400명. 전년 동월 대비 7만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하반기 공채가 마무리 단계인 11~12월에는 구직단념자가 5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월에도 구직단념자는 58만8600명에 달했다.


취업난에 구직포기자들이 속출하면서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청년실업률(14~29세)은 9.2%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6월만 해도 10.5%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이후 다소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취업을 포기하려는 청년 상당수가 아르바이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인다. 즉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려는 ‘프리터족’(Free+Arbeiter)으로 눌러앉으려 한다는 거다. 지난 7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회원 111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분간 취업할 생각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7.6%로 2012년(11.5%) 두 배 이상 뛰었다.


최저임금의 상승도 취준생들이 프리터족을 고려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내년 최저임금시급이 사상 최대치인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고,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시급 7530원을 받고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을 일하면 수당 포함해 130~50만원가량을 벌 수 있는 셈이다. 2020년이 되면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월 2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취업준비생 조모(27)씨는 “시급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오른다면 카페나 식당 등 향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프리터족으로 정착하는 건 국가 차원에서도 인적자원 낭비와 고용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은종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아직까지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에 정착하는 경향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이들이 ‘학습된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젊은이들이 프리터족이나 구직단념자로 눌러앉게 되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돼 그만큼 사회복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조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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